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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주고 받는 형식의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반감도 느낄 새 없이 다 읽어 버렸네요. 저는 무엇보다 저자인 마쓰오카 세이고에게 매력을 느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다 보니 그가 책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지요.

 

마쓰오카씨는 현재 '천야천권'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매일 밤 한 권의 책 후기를 올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26세에 <유>라는 독특한 잡지를 발간해서 '대각선 편집 독서'라고 이름 붙인 완전히 새로운 편집 방법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를 테면 물리학과 민속학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를 마치 대각선으로 연결하는 것처럼 함께 다룹니다. 또 그의 오프라인 서점은 기존의 서점과 다르게 진열이 되어 있습니다. '책은 3권씩 연결되어 있다'는 원칙을 기준으로 책끼리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주목하여 책을 진열한 것이지요. 이쯤 되면 마쓰오카씨에 대한 호기심이 마구 생기지요.

 

놀라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현재 일본 대학들과 함께 웹 도서관을 구축하는 거대한 프로젝트 '버추얼 북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이 웹 도서관을 구축하고 있잖아요, 마쓰오카씨는 기존과 다른 편집 독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새로운 개념을 뛰어 넘는 도서관이 만들어질지, 어떻게 다를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그의 이러한 작업들은 그가 이 책에서 밝힌 독서에 대한 창조적인 시선을 기반으로 합니다. 크게 세 가지, '획일적 책 읽기에서 벗어나기, 맥락적 편집적 책 읽기, 성장하면서 다시 읽기 즉 두 번 읽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획일적 책 읽기에서 벗어나기 - 독서는 패션이다

    마쓰오카씨는 '20대에 읽어야 할 책 100권'이나 '21세기를 살아갈 비즈니스 맨이 읽어야 할 책 10권' 같은 것이 독서를 획일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그에게 '독서는 패션'입니다. "한 가지 옷만 계속 입고 한 가지 음식만 계속 먹으면 질리지만 다양하게 조합해서 먹고 있으면 언제나 새롭지요.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옷을 갈아 입는 것처럼 책도 갈아 입으라는 그의 생각은 독서방법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줍니다.

    그는 독서란 원래 위험요소를 동반한다고 합니다. 즉 책이 배신도 하고 뒤통수를 때리기도 하고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는 거죠. 그것이 바로 독서이고, 그렇기 때문에 독서가 재미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 읽기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하지요.

     

  • 맥락적 편집적 책 읽기 – 독서는 편집이다

    마쓰오카씨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책 읽기'를 제안합니다. 획일적 책 읽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편집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하여' '자신에 맞게' '여러 권의 책을 조합해 가며' 읽으면 절대 질리지 않는다는 거지요. 이것이 바로 편집 독서입니다.

    책과 책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자신의 머릿속에 지식 지도가 들어 있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이 편집 독서의 기초가 바로 '책은 3권씩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독술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생각해 보면, 인식하고 있든 하지 못하든, 우리는 편집 독서적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두뇌는 연상, 연결, 가공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이것을 방법론으로 정교화 시킨 것이지요.

     

  • 성장하면서 다시 읽기, 즉 두 번 읽기
    • 마쓰오카씨가 진행하고 있는 '천야천권'은 원래 1000권을 목표로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멈춤 없이 2천 권을 향하여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 책들 중 대부분의 책들이 두 번 읽은 책이라고 합니다. 그냥 단순한, 책 몇 권에 대한 두 번 읽기가 아닌 셈입니다.

      그 이유를 저자는 두 관점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시선이야말로 독서력에 필요하고, 그러한 시선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책을 '오늘의 시점'에서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독서를 위해서는 성장하면서 다시 읽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에 대해 공감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책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그 책을 읽는 사람으로 인해 계속 변화합니다. 즉, 책을 읽는 사람의 정신, 생각, 감정, 경험과 버무려져 새로운 것이 됩니다. 책 읽기는 매우 개인적인 행위인 셈이지요.

       

 

마쓰오카씨의 다독술은 책을 많이 읽는 것에 핵심이 있지 않습니다. 그의 다독술은 독서를 '지식 덩어리', '대단한 것', '숭고한 작업'이 아니라 '옷과 음식처럼 일상의 부분으로 인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테면, 많은 책을 읽기 위한 '편집 독서'가 아니라 '천의 얼굴을 가진 독서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편집 독서가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을 읽을 때도 방법론이나 매일 한 권이라는 수치에만 집중하지 말고, 독서를 패션으로 바라보고 책에 납치 당하는 스릴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관점을 음미해 보면 좋겠습니다.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 8점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추수밭(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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