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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mediabuddha.net)

 

 

여름이 오면 최근 사람들에게 옷자락에 비 스며들듯 자리를 잡아가는 것 중 하나가 템플스테이이다. 대학원 다닐 때 바로 옆에 꽤 유명한 절이 있어서 템플 스테이 하러 온 사람들을 구경한 적은 많았지만 직접 내가 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5월 어느 날, 나를 정토회로 안내 해 준 같이 수행하는 언니가 남도 여행을 제안해 주었다. 너그러운 언니 덕에 훌훌 털고 남도로 떠나 기대하지 않았던 템플 스테이까지 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불교 신자인 언니를 따라 절에 호젓하게 머물며 새벽 예불, 108배, 좌선, 녹차 마시는 시간까지 가졌으니 말 그대로 절에 머무는 고마움은 한껏 누린 셈이다.

 

첫 템플 스테이는 미황사였다. 미황사는 한 독일 배낭족이 너무나 아름답고 한국에 여행을 온다면 빠지지 말고 꼭 들러야 하는 곳이라고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 외국인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절이 되었다고 한다. 미황사는 한국의 가장 밑자락에 위치한 절이다. 색을 입히지 않아 연한 나무 색상이 그대로 드러나 세월의 고풍스러움이 은은하게 묻어나는 것이 아름다웠다. 대부분 절은 새로 지은 건물과 예전의 건물이 뒤섞여 있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은데 미황사는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또 잊지 못하는 것은 미황사의 물 맛이다. 절은 대부분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위치해 있기에 모두 물 맛이 좋기는 하지만, 미황사의 물 맛은 단연 맑고 깨끗하며 달기까지 했다. 언니와 나는 물 맛이 정말 좋다며 감탄에 감탄을 했다. 미황사는 외국인들이 템플 스테이를 하러 많이 오는 곳이기에 샤워 시설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었다. 예전의 절 시설을 떠올리며 절에서 숙식을 하면 불편할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미황사에서 내 준 방은 깨끗했고 다기 세트와 전기 주전자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무척 잘 지은 까닭인지 저녁에 따뜻하게 데워진 방이 다음날 낮이 되어서도 그 온기가 남아 있어 참으로 좋았다.

 

 

(image: ohmynews.com)

 

 

미황사에 5시 조금 넘어 도착을 하여 저녁 예불도 보았다. 30분 정도의 저녁 예불 후에 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는 곳으로 옮겼다.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아니어서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기회가 주어져 기뻤다. 언니와 나, 그리고 또 한 명 이렇게 세 명이 스님과 마주 앉았다. 직접 재배한 차라고 하시며 차를 주셨다. 여러 소소한 이야기를 30분 정도 하고 거하는 곳으로 돌아왔다.

 

미황사의 템플 스테이의 새벽 예불은 4시부터 시작된다. 평소 12시 넘어 잠을 자기에 잠을 자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여행의 피로와 더불어 정말 밤처럼 깜깜해서 10시 조금 넘어 잠을 잘 수 있었다. 밤이 되어도 도시는 늘 불빛이 남는데 절에서의 밤은 정말 깜깜한 밤이었다. 청아한 종소리와 목탁 소리가 우리를 깨웠다. 차가운 물을 한 잔 마시고 얼굴을 씻고 기지개를 펴니 맑은 공기와 함께 마음이 정갈해진다. 절에서는 조용히 자신의 걸음을 인식하며 걷기를 권장한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두 손을 합장하여 인사를 올린다. 합장하여 하는 인사는 처음에만 어색했지 늘 그랬던 것처럼 쉽사리 두 손이 모아졌다.

 

 

(image: hgbs.co.kr)

 

 

새벽 예불을 하고 스님 따라 고요하고 느린 걸음으로 몇 바퀴를 걸은 다음 좌선하는 곳으로 옮겨갔다. 간단한 설명을 들은 다음 절에서 하는 좌선 방식으로 40분 정도 좌선을 했다. 평소에 좌선을 해 오기도 했지만 고요하고 청아한 절 느낌이 더해져서 인지, 이른 새벽 시간에도 잠 기운 없이 맑게 호흡할 수 있었다. 자리를 정돈하고 두 손 모아 합장하여 고마움을 표한 뒤 방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절에서 잠을 자고, 사찰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예불을 보고, 108배를 하고, 좌선을 했다. 그리고 대흥사에서 두 번째 템플 스테이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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