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mage: gofigo.tistory.com

 

 

독서 방법에 관련한 책 중에서 베스트로 뽑는 박 민영씨의 <책 읽는 책>에 보면 책장 정리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2년 전 나는 그 책을 읽은 뒤 바로 책장 정리에 돌입했는데 그 결과를 보고 책장 정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박 민영씨는 책장에서 어떤 책이 주로 꼽혀 있는지 살펴보고 버릴 책을 골라내라고 한다. 그가 버릴 책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나의 정신을 박제화 시키고 있다고 판단되는 책' 과 다시 읽을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남는 책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책들'이 된다.

 

최근 나는 도서관을 애용하고 그 중에서 선별하여 책을 구매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재독, 삼독까지 할 정도의 책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아 한 주에 몇 권씩 사기도 했는데, 명상을 하면서 이 습관이 없어진 까닭도 있다. 그래서 책장에는 예전에 사 둔 책들이 대부분이고 이사를 하면서 사고로 2박스의 책을 잃은 뒤였다.

 

책을 분류하면서 나는 스스로 이상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이런 책을 주로 읽어 라고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양상으로 책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경영, 경제 책을 구매할 때는 남편에게도 필요한지 여부를 늘 가늠하고 구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내가 구매한 책들의 구매 동기를 살펴 본 결과, 대체로 호기심과 충동에 의한 것이었다. 호기심과 충동이라는 말은 '지금 당장 읽고 싶어서' 구매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책들을 재독이라는 기준으로 살펴보니 아니라는 답을 얻은 책이 50% 였다. 물론 나의 독서 습관 상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들도 꽤 되기에 책장에 있는 책이 100% 독서 습관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의외의 결과를 얻은 점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르느와르의 독서하는 아가씨(ask.nate.com)

 

 

박민영씨는 "재독하고 싶은 책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좋은 독서 습관" 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책이 드물다면 독서 경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책을 고를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이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내가 과연 이 책을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인가?" 이 질문이 모든 책에 매번 꼭 필요한 질문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박민영씨가 지적한 것처럼 "자신이 왜 열정적인 독서가가 되지 못하는지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읽고 싶을 만큼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마음에 드는 책들과 계속해서 만나지 못한다면 책에 대한 욕구와 필요가 시들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열정적인 독서가가 되는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인 것이다. 좋은 책 자체를 읽는 것이 정신과 사고에도 도움을 주지만, 독서 습관을 만들어 가는 데에도 필수적인 요건인 셈이다.

 

다시 읽고 싶다는 것은 좋은 책이냐 아니냐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면에서는 주제도 의미하는 것 같다. 책의 주제에는 호기심처럼 스쳐 지나가는 주제도 있고, 오랫동안 그 사람 내면에 파장을 일으키는 주제도 있다. 호기심처럼 스쳐 지나가는 주제라면 좋은 책이라도 내가 다시 읽고 싶은 책으로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 내면에 파장을 일으키는 주제이며 동시에 좋은 책이라면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고 또 읽으면서 옆에 두고 싶을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이든 박민영씨가 말한 것처럼 본질에 대한 책은 남겨질 책이다.

 

내 책장에서 마지막으로 선택된 책들을 둘러보았다. 경영서든 경제서든 계발서든 모두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와 질문을 담은 책들이었다. 그리고 그 책들은 모두 영감을 주는 책들이었다.

 

 

자신의 책장을 점검해 보고 '나의 생각을 고착화 시키는 책들만 가지고 있지 않는지' 질문해 보면 좋겠다. 또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책들을 몇 퍼센트 정도 읽고 있는지 질문해 보면 좋겠다. 일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책들이 모두 좋은 책이 아니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다시 읽고 싶다는 책은 그 만큼 책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다. 더불어 이런 책을 읽고 나서 '또 이러한 책을 만나고 싶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을 만나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책장을 정리해 보면서 자신이 어떤 책을 주로 읽어왔는지 자신의 독서 습관을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