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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의 제목에 처음 이끌렸습니다. 경영이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여럿이서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혼자가 아니라 '같이 즐겁게', 그리고 혼자일 때보다 '시너지 있게' 잘 해내느냐가 늘 화두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은 결국 사람에 대한 것이고, 저는 경영을 '사람 학문'이라고 부릅니다.

 

저자인 구본형님은 이 '사람 학문'을 중국 고사에서 풀어냅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공자, 사마천, 맹자에서 인용한 몇몇 인물과 이야기들에 깊은 공감과 감동이 있었습니다. 모든 인물과 구본형님의 의견에 공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책의 중국 고사들은 충분히 읽어 둘 가치가 있습니다. 고사가 던지는 메시지를 스스로 성찰하고 사색하는 시간들이 유익했기 때문입니다.

 

구본형님은 자기경영, 섬김, 인재경영, 변화경영, 윤리경영의 다섯 가지 리더십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저는 이것을 사람에 초점에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사람은 누구를 의미할까요? 가장 먼저 초점을 맞추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그 다음에는 파트너, 직원, 고객, 투자자들이 있겠지요. 여기에 또 하나, 지역공동체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 그리고 윤리경영의 관점에서 지역 공동체도 이제 경영에서 꼭 논의되어야 할 사람입니다.

 

자기자신

훌륭한 리더십의 첫 번째 기초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투자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 대해 먼저 투자해야 한다고 구본형님은 말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은 사실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저는 무엇보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알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의 오고 감을 잘 알아차려야 하겠지요. 그래야 소신도 지킬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보다 잘 헤아릴 수 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사물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 평생 지속되어야 할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입니다.

 

파트너

리더십의 두 번째 의미는 현대의 파트너십으로 불릴 만한 에피소드로 시작되는 데요, 바로 '상대 혹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도와줌으로써 스스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구본형님은 이를 '섬김'이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사실 섬김은 모든 관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단어 중 하나이지요.

 

직원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할 때 최고의 화두가 되는 것은 직원입니다. 직원에 대한 리더십에서 가장 논의되는 두 가지는 '누가 인재인가'와 '어떻게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공자와 사마천의 <사기>가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요, 공자가 인재의 최우선 자질로 뽑은 것은 '어짊'입니다. 공자의 어짊은 섬김과 일맥상통합니다. "무릇 어질다 함은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을 세워주고, 자기가 이르고자 하면 남을 이르게 해 주는 것이다."

또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인지상정에 대한 그의 태도를 살펴 등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익히 알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새롭게 들리고 가슴에 새겨 지는 것은 왜일까요? 온전히 믿지 않는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부터 어짊과 인지 상정을 어떤 경우에도 지켜내는 소신을 가져야 하니까요. 결국 사람은 자신의 마음의 크기만큼 사람을 포용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인가' 를 이야기할 때 놓칠 수 없는 것은 팀워크입니다.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NUMMI 사례는 경영과 사람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동일한 사람들이 GM에서 도요타가 경영을 맡게 되면서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GM 시절 노사 협약서는 1,400페이지로 8권에 달했지만, NUMMI의 협약서는 100페이지에 불과했다. 과거 GM시절처럼 철저한 감독과 보상을 통해 통제하려고 하는 대신, 공동의 목표를 가진 공동 운명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직원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해 주었다. 직원들은 몇 명의 팀으로 나뉘어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관리해 나가며, 목표를 달성해 갔다. 그렇다면 GM의 다른 공장이나 다른 기업들은 왜 이런 성과를 낼 수 없었을까?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인간에 대한 가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 183~185쪽에서 부분 발췌)

 

어느 한 NUMMI 직원의 말입니다. "이제는 할 일이나 방법을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팀장은 작업장에 1주일에 1번, 30분 정도 둘러볼 뿐이다. 나는 팀워크가 기업 성공의 제 1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팀워크만 맞으면 관리자가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사실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보면 볼수록, 리더는 무엇보다 우선 자신의 가치관과 정신을 성찰해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맹자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물이 맑을 때는 갓끈을 씻지만 흐리면 발을 씻게 되는 것이네. 물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지." (그래서 무섭습니다. 다른 이를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봐야 하니까요.)

 

사회적 신뢰

직원, 고객, 투자자, 지역 공동체에 대한 기업의 리더십 혹은 기업 경영자의 리더십을 한 마디로 말하면 '사회적 신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본형님은 윤리 경영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왜 윤리 경영이 직원, 고객, 투자자, 지역 공동체에 대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윤리 경영은 기업의 생존과 성공에 해를 끼친다는 우려를 받는 데 말이죠.

그런데 윤리경영에 대한 우려는 정말 타당한 것일까요? 책에 윤리경영이 좋은 리더십임을 보여주는 상당히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조사 결과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 결과는 윤리 경영이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이야기 되어야 할 요소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장 내 직원 만족도를 조사하는 전문 기관인 워커 인포메이션 사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회사가 윤리경영을 한다고 믿는 경우, 직원이 회사를 떠나지 않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6배나 높았다. 반면에 직장 상사의 윤리적 판단을 불신하고 회사의 활동에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 직원 다섯 명 중 네 명은 직장에서 기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조만간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윤리경영은 기업의 명성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 미국인 다섯 명 중 네 명은 제품을 고를 때 그 제품을 만든 기업의 명성을 고려하며, 이들 중 36%는 구매 결정의 결정적 요인으로 기업의 명성을 꼽았다. 또 70% 이상의 투자자들은 금융소득이 줄더라도 투자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명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 264쪽)

 

 

결론적으로, 리더십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약속"이며 "자신의 삶에 대한 정신적 자세"입니다. 그래서 리더십은 리더 자신으로부터 시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신뢰'를 가진 사람들과 '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이 '사람에 대한' 리더십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경영 도서는 대체로 서양 번역서가 주를 이루어 중국 고사의 깊은 뜻을 음미해 볼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사만이 가진 비유와 상징을 성찰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쁨을 줍니다. 정신을 깨우는 몇몇 인물과 문구를 마주하는 감동을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람에게서 구하라 -
구본형 지음/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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