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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는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저자 말콤 글래드웰의 진짜 핵심은 '1만 시간의 기회를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의 연구 결과로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그의 말을 들어볼까요? "작곡가, 야구 선수, 소설가, 스케이트 선수, 피아니스트, 체스 선수, 숙달된 범죄자, 그 밖에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물론 이 수치는 '왜 어떤 사람은 연습을 통해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서든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연구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두뇌는 진정한 숙련자의 경지에 접어들기까지 그 정도의 시간을 요구하는 지도 모른다."

 

레비틴씨의 말처럼 1만 시간의 법칙이 성공에 대한 'why, what, how'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how much'에 대한 중요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1만 시간은 아무렇게나 주어지는 시간은 아니라는 점, 1만 시간이 엄청난 시간이라는 점을 주목합니다. 성인 아닌 경우,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 정도의 연습을 해 낼 수 없고 격려해주고 지원해 주는 부모나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결국 그 수치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글래드웰씨는 이 1만 시간의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특히 학생 교육에 대한 여러 사례들은 부모와 교육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너무 일찍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것과 '더 많은 아이들이 충분한 1만 시간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캐나다 하키 선수의 모집이 연초에 있기 때문에 연초에 태어난 아이들이 1만 시간이라는 마법의 시간을 누릴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됨으로써 유명한 하키 선수의 생일을 분석해 보면 연초에 태어난 선수들이 많음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긴 여름 방학 동안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저소득층 자녀 마리타는, 키프 아카데미라는 실험적인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성공 마법의 시간인 1만 시간을 획득할 기회를 얻습니다. 마리타를 비롯한 학생들에게 제공된 것은 대단한 시설이나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자녀들을 결정적으로 구별 짓는 기회, 즉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기회를 받았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가 쉽사리 간과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자 엘리자베스 듀이는 켈리 베다드와 함께 국제수학과학연구경향 성적과 그 시험을 본 아이들이 태어난 달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지적으로 동등한 4학년 학생들을 학년 기준일의 양쪽으로 나눠 세우면, 일찍 태어난 학생들은 상위 18 퍼센트에 속하는 반면 늦게 태어난 학생들은 상위 68퍼센트에 머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숙달되어 잘하는 것과 정말로 똑똑한 것을 혼동할 수 밖에 없어 집니다. 몇 달 일찍 태어난 것이 '거대한 효과'로 이어진 것이죠. 듀이는 말합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학년을 나누는 날짜에 따라 아이들을 분류하는 것이 이토록 장기적인 차이를 낳는데 아무도 거기에 신경 쓰지 않잖아요." 바로 이 점 때문에 덴마크는 국가 차원에서 열 살이 되기 까지는 아이들을 능력에 따라 분류하지 않는 교육 정책을 펼칩니다. 몇 달 먼저 숙달되어 잘하는 효과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죠.

 

 

글래드웰씨가 주장하는 성공은 특별한 기회와 역사적 유산의 합작품입니다. 특별한 기회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뜻하며 역사적 유산은 시대적 타이밍을 포함하여 문화적 특징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북부 사람보다 남부 사람들이 명예 문화에 의해 가문들끼리의 극단적인 폭력이 암묵적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재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보여지는 문화적 행위라는 점입니다. 비행기 추락에 있어서는 권위 사상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한국도 여기에 한 예로 나와 있습니다. 상사에 대해서 확고하고 분명한 의견을 표출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의견을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것이, 명확한 판단과 빠른 결정이 너무나도 중요한 비행기 위급 상황에서는 비행기 추락으로 이어지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권위 문화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나라와 비행기 추락 사고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나라가 일치하는 데서 분명한 증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유산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그럼, 유산이 성공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아시아인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에 대해 벼농사 문화를 주목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의 벼농사는 밀, 옥수수 작물 재배와는 많이 다릅니다. 1년 365일 매일 일하는 한국의 농부들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게 갑니다. 그리고 수학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학습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일정 아이큐 이상이 되면 아이큐보다 끈기와 지구력, 의지가 더 결정적 요소가 됩니다. 결국 벼농사 문화의 그 문화적 태도가 수학 학습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물론 글래드웰씨가 기회와 유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반감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아닙니다. 재능도 필요하고 개인의 의지와 노력은 절대적 필수 조건임에 틀림 없습니다. 다만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개인의 태도에 문화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그리고 제가 정말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이 교육계와 사회, 그리고 가정의 부모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질문과 과제를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기회와 유산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최대한 불이익을 줄이고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주의 깊게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공이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렇게 글래드웰씨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교육 정책가들과 교사들, 그리고 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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