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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하나만을 꼽으라면 '절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절제'라는 단어는 언뜻 금욕을 떠오르게 하지만, 절제는 사실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죠.

군더더기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군더더기는 과한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또,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군더더기는 자신이 무엇을 진실로 원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프레젠테이션에 대입해 보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젠 Zen'이라는 제목은 잘 어울리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젠은 절제를 말하고 절제를 잘 해야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좀처럼 실행이 안 되던 '프레젠테이션의 단순미'가 왜 꼭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설득 당하고 싶다면 이 책이 매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저자 레이놀즈씨는 준비, 디자인, 발표라는 세 가지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의 핵심을 절제, 단순함, 자연스러움으로 정의합니다. 준비 과정에서 왜 절제인지, 디자인 과정에서 왜 단순함인지, 발표 과정에서 왜 자연스러움인지 그리고 그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레이놀즈씨의 핵심 주장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준비 과정: 절제
  • 왜?
    • 프레젠테이션 준비란 바로 듣는 사람이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의 중심을 찾는 작업입니다.
  • 어떻게?
    • 다음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청중이 오직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한 가지라도 기억한다면 다행이지만)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 핵심이 왜 중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고요하게 홀로 찬찬히 생각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어떤 작업도 시작하기 전에 말이죠.

    • 절제는 작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즉 축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절제는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단 하나를 걸러내는 작업입니다. 그래야 진짜 핵심이 드러나니까요.
    •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가차 없이 잘라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절제하여 모슨 내용이 핵심 메시지에 부합하게 합니다. 즉,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어떤 이유에서든 남겨 두고 싶은 자기 자신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 절제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는, "그래서(So What)?"라는 질문에 대답해 보는 것입니다. 또 유명한 엘리베이터 테스트를 합니다. 또 하나는 각 슬라이드에 20초씩만 시간을 주고 슬라이드는 최대 20장을 넘을 수 없는 페차쿠차식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해 보는 것입니다.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의 저자 가이 가와사키가 추천 글을

      <프레젠테이션 젠>의 스타일로 만들었네요.

       

       

  1. 디자인 과정: 단순미
  • 왜?
    • 단순함은 '내용의 본질에 접근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결과'입니다. 본질에 접근했다는 것은 '메시지가 명확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가장 큰 이점은 바로 '청중이 한 눈에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 어떻게?
    • 단순함의 핵심은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단순함 또한 절제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절제는 준비 과정뿐만 아니라 디자인 과정에서도 핵심 화두입니다.
    • 7가지 디자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훌륭한 슬라이드 디자인 대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직접 슬라이드 예시를 보면서 읽어보세요. 백문이불여일견이지요.

       

  1. 발표: 자연스러움
  • 왜?
    • 발표의 단계에서는 발표자 혼자가 아닙니다. 청중과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관계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청중과 하나가 되고 청중과 교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을 레이놀즈씨는 자연스러움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 이를 위해 발표자 본인부터 이 순간, 이 자리에 온전히 있어야 합니다. 레이놀즈씨는 '무심의 경지, 몰입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표현합니다. 무심의 경지에 오를 수 있으려면 충분히 숙달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테크닉-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와 같은-에 신경을 빼앗기게 되니까요.
    • 발표 과정에서도 절제가 빛을 발합니다. 너무 많은 양을 청중에 퍼붓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지요. 아쉬울 때 끝내는 것입니다. 발표 시간과 양, 둘 다에 절제를 발휘합니다.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다니엘 핑크가 제시한 6가지 감각을 슬라이드로 만든다면?

레이놀즈씨는 이런 슬라이드로 만들었네요.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이기에 더욱, 글머리 기호에 비해 한 눈에 메시지가 와 닿죠?

 

 

재미있게도 개인적으로 제게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슬라이드와 유인물을 분리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컨설팅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서 작성을 배운 터라, 저는 프레젠테이션과 보고 문서 사이의 경계선에서 혼란을 일으키곤 했는데요, 레이놀즈씨 덕에 생각 정리가 명확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슬라이드와 유인물 혹은 보고서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것으로요.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슬라이드 예시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메시지에 대해 여러 슬라이드 예시들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슬라이드가 좋은지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슬라이드들을 설렁설렁 넘기지 마시고 잘 챙겨 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프레젠테이션 책이지만 발표에 대한 장에 큰 비중이 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슬라이드를 만드는 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준비 과정, 디자인 과정' 자체가 발표가 성공적일지 아닐지를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발표가 얼마나 성공적인가는 발표 이전의 전 준비 과정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절제와 단순함이 얼마나 메시지를 명확하게 하는지를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이 책, 기억되는 프레젠테이션을 위해서 꼭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젠 -
가르 레이놀즈 지음, 정순욱 옮김/에이콘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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