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안상헌님의 책은 독서방법이라는 기술보다는 철학적, 인문학 적 관점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부제가 '읽고 정리하고 실천하기'로 되어 있는 만큼 책을 읽는 재미와 유용한 방법을 주기 위한 저자의 노하우들도 물론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글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와 주 메시지는 책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와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례 또한 고전 사례들이 주를 이루어 실용 독서 방법과는 다른 '책을 바라보는 태도적 관점'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저자의 '책을 바라보는 태도적 관점'의 핵심으로 뽑아본 것은 두 가지입니다.

 

좋은 책과 인연을 맺으려면? 세 가지 마음의 기술

 

첫째는 좋은 책과 인연을 맺기 위한 세 가지 마음의 기술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준비가 책이 진정으로 나를 도울 수 있도록 만들까?"

저자는 "겸손과 애정과 호기심은 책을 읽는 사람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품성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관점에 대해 저도 동일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은 책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책을 읽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가치를 발휘합니다. 읽는 이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세상의 어떤 책으로부터도 배움을 찾을 수 있고, 읽는 이의 마음이 닫혀 있으면 아무리 좋은 책도 잘 보여지지 않지요. 사람을 대하는 것과 책을 대하는 것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겸손, 애정, 호기심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 적용해도 고개를 끄덕일 요소입니다.

 

오만하면 배우려는 자세를 발휘할 수 없고 오만해진 마음에는 좋을 글, 좋은 글귀가 들어올 수 없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듯 책을 존중하는 겸손한 마음이 배움의 태도입니다.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는 마음 또한 겸손함의 한 면모이겠지요.

애정은 수석수집자가 신기한 돌을 보듯, 난을 키우는 사람이 난을 키우듯 하는 마음으로 책을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신기한 돌을 보고 경이로움과 감동을 느끼듯, 난을 키우며 경이로움과 감동을 느끼듯, 책에서 경이로움과 감동을 느낄 줄 아는 마음입니다.

호기심은 책을 읽는 강한 동기 중의 하나입니다. 알고 싶고, 놀랍고, 탐구하고 싶은 마음은 책을 읽게 할 뿐만 아니라 책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배우고 적용하고 응용하게 합니다.

 

왜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한 가지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해답

 

둘째는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이유는 "분야별로 각각의 책들은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즉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한 질문에 대해 다른 해답을 제시하기 때문이지요. 너무 뻔한 이야기 같나요? 다음 예를 들어 보면 뻔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마음이 너무 심란하고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져 볼까요? 자기 계발서는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요? 자기 계발서는 주로 이렇게 답합니다. "그건 의지력이 약해진 탓입니다. 의지력을 강화하려면 비전을 세우고 미션을 가지세요…."

문학은 어떻게 대답할까요? "그냥 힘들어 해. 누구나 그런 때가 있는 법이야. 나한테 기대렴. 아프면 아픈 대로 내버려둬."

그렇다면 종교를 포함한 철학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요? "마음이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봐." "버리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누군지 알아봐."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자는 말합니다. "자기 계발 책만 읽으면 모든 것을 개선과 발전이라는 방식으로만 이해하게 된다. 문학 책만 읽으면 느끼고 감동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철학 책만 읽으면 삶의 커다란 질문들에 직면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철학 책은 지식을 위한 지식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삶에서 실천하고 부딪히면서 고민해야 하는데 머리로만 고민할 수 있지요. 하지만 종교와 철학 책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줍니다. 저도 이 세 가지 해답을 다 거쳐 가고 있는데요, 세 가지 모두 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대답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실로 깨닫기 위해 세 가지 대답 모두가 필요한 과정이라 믿습니다.

 

실용 독서 방법이 아니라, 책 전반에 대한 독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이유와 원칙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대해서는, 저는 아직 읽지 않았으나, 안상헌님의 <책력>을 더 추천한다는 이야기를 제가 참여하는 독서클럽에서 여러 번 들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생산적 책읽기 두번째 이야기 - 8점
안상헌 지음/북포스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