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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이 책의 목차를 쭉 훑어보면 신문, 잡지, 인터뷰에서 문장 표현 기법, 회의하는 정신까지 이르니 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 혼란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치바나씨의 목차는 정보의 '입력, 출력, 그리고 입력과 출력 간의 '사이''라는 세 가지 큰 주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보의 입력에는 책만 한정된 것이 아니니 신문, 잡지, 인터뷰를 비롯하여 관청 및 기업 정보를 알아내고 정리하는 방법이 포함된 것이지요. 정보를 수집, 정리하거나 글쓰기를 하는 분들이라면 오랜 선배의 경험을 들어본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유용하게 읽은 부분은 다치바나씨가 잊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강조하는 몇 가지 원칙입니다.

사실 방법론은 사람에 따라 해답이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방법론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다치바나씨가 책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가능한 쓸데 없는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다치바나씨는 자신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의 방법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것을 조언합니다. 이에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원칙과 사고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적습니다.

 

우선 정보의 입력과 출력에 대해 다치바나씨가 중요하게 다룬 몇 가지 원칙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정보의 입력(읽기&정리)
    • 자료 정리는 어디까지나 준비이며 정작 중요한 본 경기는 그걸 이용하여 어떤 지적 출력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리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도록 한다.)
    •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기 보다는 시간 대비 효과, 노력 대비 효과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료의 신뢰성을 음미한다. 첫째, 출처가 어디인지, 둘째, 객관적 근거인지 혹은 주관적 의견이나 믿음인지, 셋째, 조사, 해석, 이용 방식이 올바른지, 거짓 논리가 아닌지 그 여부를 음미한다.
    • 회의하는 정신을 지녀야 한다. 이를 위해 오리지널 정보에 접근하고, 진실 대 엉터리 정보의 비를 부단히 향상시킨다.

       

  • 정보의 출력
    • 머릿속 숙성이 되지 않으면 출력이 되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발효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 불필요한 정보는 깨끗이 버린다. 작품의 질이 좋을수록 모으기만 하고 사용하지는 못하는 재료가 많은 법이다.
    • 입력량과 출력량의 차이는 크면 클수록 좋다. 이 차이가 크다고 하는 것은 출력 정보의 밀도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설명 과잉, 설명 부족, 설명 미숙, 아첨과 독선에 해당되지 않는지 유의한다. (설명 과잉은 짜증을 낳고 부족과 미숙은 이해를 어렵게 한다. 아첨은 독자를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는 것이고 독선은 독자를 일체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다.)

 

 

이제 입력과 출력 간의 '차이'라는 흥미로운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요. 다치바나씨는 이 '사이'를 술이 발효가 되는 것에 비유합니다. 정보가 입력되어 출력되어 나오기까지 머릿속,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것, 머릿속의 발효가 '사이'가 되는 것이지요. 보통 이 '사이'를 출력이 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브레인스토밍을 하거나 논리적 접근 방법을 사용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더 복잡하고 얽혀 있으니까요.

 

다치바나씨는 '사이'를 밝히는 더 진전된 이야기는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 부분을 이 책과 함께 읽은 마쓰오카 세이고의 <창조적 책읽기>에서 실마리를 보았습니다. 우리 머릿속에서 콘텐츠가 아니라 '콘텍스트 즉, 맥락이 생겨나고 편집'이 일어난다는 거죠. 이 편집은 사람마다 다르고, 한 사람일 때도 다양하게 일어납니다. 한 예로, 책 한 권에 대해서 한 사람이 여러 리뷰를 쓸 수 있습니다. 즉 '머릿속의 맥락과 편집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거지요. 이에 대해서는 <창조적 책읽기> 리뷰에서 더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다치바나씨는 '목적성 입력은 능률은 있으나 플러스 알파를 놓치는' 함정이 있다고 지혜로운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 함정이란 '자신이 설정한 목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종종 경험하듯이 플러스 알파는 당초 기대하지 않은 것에서 얻게 됩니다. 이로 인해 당초의 목표와 의도가 더 풍부해지게 됩니다. 이렇게 '기대하지 않은 자리에서 행운을 만나는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정보와 사람간의 관계'에도 일어납니다. 살면서 '효율과 여유' 둘 다 필요한 것처럼, 정보 입력에서도 '능률과 플러스 알파' 둘 다 필요한 것입니다. 책을 선택하거나 읽을 때도 새겨 볼 부분입니다.

 

지식의 단련법 - 8점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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