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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부를 읽을 때는 저자가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고 극단적인 이론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책을 계속 읽어야 할지 그만두어야 할 지 갈등이 일었다. 1부에서 저자는 극단적으로 개인주의를 거부하고 군중심리와 집단을 지지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1부를 거의 다 읽어가면서 저자는 특히, 동양인이 아니라 서양인에게 개인이 아닌 집단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주의에 대한 집착을 버려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동양인인 내가 납득하기에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주장을 펴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이해도 해 보았다


하지만 나라는 개인도, 의식도, 자유의지도 없다는 결론으로 치닫지 않아도 인간은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오류에 빠진다는 주장에 별 저항 없이 공감을 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한쪽 편의 연구와 주장만을 독식한 느낌이 많이 아쉽지만, 대중 행동을 개인들의 상호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것은 경영과 마케팅에 유용한 생각할 거리들을 제시해 주었다

 

 

대중을 움직이는 7가지 핵심 원칙

 

저자는 7가지 핵심 원칙을 마케팅과 함께 조직에 반영했을 때 어떻게 다른지,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으로 파생될 시사점과 과제들에 대해 여러 질문들을 던진다. 자신이 새로운 계기를 만들고 출발점이 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당신의 사고를 자극했기를 바란다. 이 책은 대중행동의 변화에서 비즈니스 영역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다 함께 재고해 보는, 또 하나의 공동창조적 작업의 출발점일 뿐이다." (책, 491쪽)

 

원칙 1. 모든 대중 행동은 개인들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주장의 바탕이 되는 핵심은 '모든 대중 행동은 개인들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강의실에서 어떤 자리를 골라 앉는지, 화장실에 어느 칸을 선택하는지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나가거나 주목을 덜 받기 위해 뒤 칸에 앉거나 바로 옆 칸을 피하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식으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떤 행동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주 개별적으로 보이는 개개인의 규칙들이 일련의 패턴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패턴은 개인주의적이고 개별적인 결정이 아니라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

 

"패턴을 발견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대학 캠퍼스 한복판에 정사각형으로 잔디밭을 깔았던 어느 건축가의 일화가 있다. "길은 어디로 내야 합니까?"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건축가는 어떻게 답했을까?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 길입니다."" (책, 177쪽)

 

그렇다면 상호작용이 마케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저자는 소비자 개인이 아니라 소비자의 상호작용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인구 집단 내에서 개인과 개인이 벌이는 상호작용을 관찰해야 한다. 기존의 시장 조사는 개인들에게 질문을 던진 다음 그 점수를 합산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당신은 어떻게, 어디서 상호작용을 살펴볼 수 있는가?" (책, 207쪽)

 

이것은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기업의 정체성은 기업이 주장하는 메시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에 있다.

 


원칙 2. 설득이 아닌 영향력으로 움직인다.

 

제 2원칙에서는 상호작용이라는 1원칙을 기반으로 기업이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부추기려고 애쓰지 말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사람들의 관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소셜노믹스>에서도 언급한 부분인데 실제 구매를 일으키고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이다. 예전처럼 기업의 광고와 주장에 쉽사리 속아 넘어가지 않고 무조건 신뢰하지도 않는다. 관계를 맺고 있는 신뢰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중요시 여기고 그 의견을 편리하고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세상에 지금 살고 있다. 이제 영향력은 기업의 광고나 홍보에서 상호작용, 즉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사람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주변에서 이런 이들을 가끔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여러 사회 네트워크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고 그 네트워크 간의 그리고 개인들간의 연결자(connecter) 역할을 한다.

 

이는 고객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에 의문을 제시한다. 가장 구매력 있는 고객들에게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연결자 역할을 하는 이들 또한 주목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원칙 3. 모두를 지배할 하나의 숫자를 찾아라.

 

그래서 입소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고객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일어난 자연 발생적 입소문인지가 중요하다. 자연발생적 입소문이야말로 실제 영향력과 구매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제 3원칙은 자연발생적 입소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의 시청률 수준을 미리 예측하는 한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보여준다.

 

"미국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데이비드 고즈(David Godes)와 예일대학교의 디나 메이즐린(Dina Maylin)은 초기 시청자가 얼마나 적든 프로그램 초반에 나타나는 입소문의 두 가지 측면이 이후 시청률 수준을 매우 잘 예측해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 횟수, 즉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온라인 상에서 얼마나 많이 얘기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언급의 분포, 즉 '그런 이야기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가?' 여부다." (책, 304쪽)

 


원칙 4. 대중을 쫓아다니지 말고 신념으로 끌어들여라.

 

저자는 자연발생적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기업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원칙 4으로서, 대중으로 쫓아다니지 말고 신념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스 고딘의 <보라빛 소>가 리마커블해야 한다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저자는 기업을 궁극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차별화하기 위해 '신념'을 선택했다. 저자에 의하면, "신념과 목적의식이 주도하는 기업들은 직원이나 고객들을 필사적으로 쫓아다니는 대신 우리의 관심을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한다. 사람들이 어떤 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충격을 주었거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나 깊이 공감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신념으로 차별화하고 고객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얻은 기업들의 사례로 친환경 기업, 사회적 기업도 포함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생각되었다. <세상을 바꾼 32개의 통찰>에서 한 창업가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창업한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신념은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에서 말한 alignment(한 방향 정렬)를 가능하게 만든다. 기업가 자신 뿐만 아니라 직원과 비즈니스가 어디로 향하고 있고 무엇을 위해 어떤 것을 하는지를 아는 것은, 삶을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신념은 단순히 이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슈이며 실제 마케팅에도 근본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그리고 신념에 필요한 것은 이성적 분석이 아니라 헌신이다.

 

"나이키와 훗날 스타벅스를 세계 초일류 브랜드로 키워낸 스콧 베드버리(Scott Bedbury)는 브랜드북이나 브랜드 포지셔닝과 같은 일반적인 브랜드 관리도구는 무엇이 최선인지 파악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말로 필요했던 건 회사에 대한 감정과 신념이었고, 그 신념에 대한 이성적 분석이 아닌 '전적인 헌신'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책, 344쪽)

 

신념이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 돈과 명예, 권력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신념과 함께 성공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는 자신의 몫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이 어떤 기업을 만들고 싶은가? 만약 신념과 함께 성공한 기업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고 그런 기업가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거울로 삼고 싶어 한다면 이미 마음 안에서는 결정이 내려졌다. 문제는 두려움인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는 신념은 이상이라고 치부해 왔고 선의를 가지는 것과 기업의 이익은 따로 가는 것이라고 결론 내려 왔다.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용자, 고객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기업,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는 기업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신념은 선택 요건이 아니라 필수 요건이 되어 갈 것이다.

 


원칙 5. 사그라지는 불씨를 되살려라.

 

신념이 제대로 고객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게 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달라지면 냉소를 부르게 되고 냉소주의는 감염성이 강하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으려면 자기 자신만의 신념을 가져야 한다. 신념을 벤치마킹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념은 당신이 스스로에게 충실하도록 하며, 당신을 진정으로 남다르게 만들어준다. 당신이 신념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마다 당신을 진정으로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파괴된다. 이안 듀리의 말처럼 "신념과 타협할 때마다 당신은 약해진다."

호위스(Howies)에는 품질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호위스는 원래 소수의 자전거광들이 입을 티셔츠를 만드는 자그마한 기업이었으나, 근래 들어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두 번이나 나이키를 앞지른 대형 패션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자신들의 신념에 대해 데이비드 히아트(David Hieatt)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호위스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세월을 견딜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스포츠 의류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제품을 더 튼튼하게 만들고 더 좋은 재료를 쓰며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가 '품질'이라는 것에 전념한 이유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 더 오래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거기에 있었다. 그건 우리 생각에 부합했고, 우리 고객들의 생각에도 들어맞았다. 그리고 환경의 관점에서도 대단히 합당한 생각이었다.

호위스에는 오래 전부터 다음과 같은 격언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당신이 만일 다른 회사 제품과 똑같은 재킷을 만들면, 그건 그냥 재킷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회사 제품보다 특별하고 더 좋은 재킷을 만든다면, 당신은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다." 데이비드 히아트(David Hieatt)와 클레어 히아트(Clare Hieatt)에게 비즈니스란 신념과 확신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책, 321~325 요약)

 

신념은 개인으로서도 쉬운 주제가 아니다. 경영자가, 개인으로서 신념을 발견하고 헌신하지 못한다면, 기업가로서 신념이 있는 비즈니스와 조직 문화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내가 매번 경영자 자신의 무게만큼 기업의 무게가 나간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비즈니스와 상관 없는 다른 세계 이야기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잘 하기 위해서도 경영자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무언가를 자신이 믿을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도 믿게 할 수가 없다.

 


원칙 6. 공동창조, 대중의 본능을 자극하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자는 흥미로운 기업에서 고객 그리고 직원과 함께 공동 창조하는 기업이 되자고 한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의 공동 창조 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마케팅 캠페인은 기업이 고객 또는 소비자에게 무엇을 해 주느냐, 각 개인이 무엇을 하게 만드느냐, 또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반대로 허드 이론에서는 정말로 중요한 건 '기업이 고객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무엇을 하게 만드느냐'라고 주장한다" (책, 432쪽)

 

이는 신뢰도와 투명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현재 이를 뒷받침해 주는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기에 많은 저자들과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공동창조에 대한 재미있는 사례들을 <소셜노믹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셜노믹스 리뷰)

 


원칙 7. 관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어라.

 

마지막으로, 상호작용을 통한 공동창조를 위해서는 통제력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공동창조는 통제를 거부한다. 이는 조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며, 결과적으로는 경영자와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가장 가시적인 것은 입소문이다. 저자는 입소문을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상호작용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한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연결자(connecter), 네트워크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하면서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고객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통제를 원하는 것은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자기 통제 안에 두고 싶은 심리와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거나 서로 동의하지 않을 때는 통제가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통제는 토론을 유발하는 주제인데 이는 개인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그러니 이것이 기업이라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이익이라는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모여 있는 조직에 적용하면 더 어려워진다.

 

사실 이것은 자기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보고 물어보면 솔직하고 분명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소통과 변화, 지속적인 성과라는 관점에서 나 자신은 어떻게 영향을 받았고 어떤 반응을 해 왔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얻은 대답은 통제하고 싶은 욕망을 기꺼이 포기하는 것이다.

 

동기부여, 공동창조, 상호작용에 있어 스포츠 세계는 좋은 실험 대상이고 여러 사례들을 가지고 있다. 휘슬을 불면 선수들을 믿고 터치라인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 말이다. 아직 그 설득력이 사회적으로 넓게 퍼지지 못하고 있지만.

 

"당신은 통제할 수 없다. 단지 보여줄 수 있을 뿐. 궁극적으로 구성원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외부 수용자에게 썼던 전략과 다르지 않다. 당신의 주도적인 신념을 명확히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 당신을 이끄는 신념을 온전히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 행동 변화의 계기가 되고 싶다면 당신이 몸소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당신의 행동으로써 기업이 달라지도록 장려해야 한다." (책, 478쪽)

 

내게 이 말은 신념의 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직원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경영자, 혹은 리더가 가장 우선, 그 자신을 솔직하게 성찰해 봐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의 뿌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드, 시장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 - 
마크 얼스 지음, 강유리 옮김/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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