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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잭 트라우트가 말하는 명쾌함은 바꿔 말하면, '차별성, 뚜렷하고 명확한 차별성'을 뜻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고객의 마음'에 다른 제품과 차별되는 무엇으로 '분명하게 인식'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고객이 다른 제품이 아닌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바로 그 이유가 된다.


강조할 것은 고객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이 진실이 아니라 고객의 인식이 진실이다. 이를 테면 실제로 누가 1등인지, 누가 더 맛이 있는지, 기술력이 더 뛰어난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누구를 1등으로 알고 있는지, 누가 더 맛있다고 알고 있는지, 더 뛰어난 제품으로 알고 있는지가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진짜 힘이다.


저자의 주장을 한 마디로 정리해 보면,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명쾌한 이유를 고객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가 될 것이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잭 트라우트의 차별성은 세스 고딘이 이야기하는 리마커블과 다소 다르다. 잭 트라우트의 차별성의 전략에는 선두기업이라는 것을 고객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 된다. 잭 트라우트의 차별성에는 1등이라든가 원조라던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반면에 세스 고딘의 리마커블 전략은 입소문 거리가 될 만큼 특별한 것을 의미한다. 틈새 시장과 얼리 어답터 시장에 보다 포커스를 맞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왜, 또 명쾌함인가?

 

저자의 원작은 2008년에 발간되었는데, 저자가 이 시점에 명쾌함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저자가 명쾌함을 주제로 들고 나온 것은 최근 소셜 마케팅, 감성 마케팅, 창의성, 수많은 이론과 트렌드 들이 오고 가는 현재의 마케팅 세계의 상황이 혼란스럽고 마케팅 또한 방향도 없이 복잡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트렌드나 여러 주장과 이론들이 오고 가는 이 길목에서, 잃지 않고 지켜내야 하는 것은 '명쾌함'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매우 공감 가는 이야기를 한다. 마케팅 컨설팅을 하면 고객들은 무언가 그럴 듯하고 번지르르한 해결책을 내심 기대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단순하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면 다소 싱거워하며 실망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단순하고 간단할 리가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왜 명쾌함이 절대적인지 한 마디 말을 던진다. "이 해결책은 매우 명쾌합니다. 만약 이것이 여러분들에게 명쾌하게 들린다면 여러분들의 고객들에게도 역시 명쾌한 답변이 되겠지요. 사람들에게 바로 그래서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겁니다."

 

명쾌함은 앞에서 '고객에게 다른 제품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차별성'이라고 했는데 현재 마케팅 시장은 한 마디로 '경쟁' 혹은 '전쟁'이라는 말로 표현할 만큼 치열하다. 브랜딩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이지만 경쟁의 치열함과 넘쳐 흐르는 제품과 정보의 홍수 덕에 고객에게는 '이것이나 저것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평준화 될 위기도 높다. 그래서 차별성을 고객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키고자 하는 명쾌함은 현 시점에서 더욱,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만 하다. 저자는 또 뻔한 명쾌함에 대한 이야기냐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왜 이런 주제를 반복해서 말하느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단언하건대, 사람들이 이것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땐 멈출 것이다."

 

나는 명쾌함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과제, 욕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명쾌 하려면 집중해야 하고, 집중한다는 것은 선택한다는 의미이며, 선택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선택과 포기만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는 없다. 그러니 마케팅과 경영에서도 이 화두는 지속되어 왔고 한동안 앞으로 지속될 것 같다. 삶에서 선택과 포기가 어려운데 경영과 마케팅에서는 손쉬울 거라고 예상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무엇이 차별성, 명쾌함을 망가뜨리고 있는가?

 

명쾌하지 않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명쾌하지 않다는 것은 차별성이 없다는 뜻이다. 즉 다른 제품이 아닌 이 제품을 사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없다. 그 제품과 서비스나 이 제품과 서비스 다 똑 같은 것으로 고객이 인식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저자가 가장 우려하며 강조하며 말하는 것은 마케팅이 제 본분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존재 이유 혹은 본문은 '판매하는 것, 즉 소비자가 제품을 사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마케팅 시장이 혼란스러운 것은 이 본문을 잊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현재 광고 시장에서는 '창의적이어야 한다'거나 '고객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럼, 과연 광고가 창의적이거나 고객을 즐겁게 하면 사람들이 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가? 브랜드를 아는 것과 그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저자는 바로 이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고 시상식도 얼마나 창의적인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그 창의성이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출과는 상관없는 창의성과 즐거움에 대한 광고 시상이 명쾌함을 해치고 광고 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웃기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 수 없다는 주장의 포로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가 창의성에 대해 반대 입장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창의성과 즐거움을 위한 창의성'과 구별하기 위해 '극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극화란 '차별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볼보는 지면 광고에서 탱크 옆에 자신의 차를 놓고 '만드는 법은 달라도 그 기본은 같습니다' 라는 문구를 붙였다. 안전성을 이런 식으로 극화하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경영진 또한 명쾌함을 망치는 데 일조를 한다. 거대함의 유혹에 빠지거나 시장에 신경 쓰지 않고 주가에 신경 쓸 경우 그렇게 된다.

 

마케팅 실무자들도 명쾌함을 혼란에 빠뜨리곤 하는데, 무분별한 변화와 다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브랜드와 상품이 고객들에게 혼란스럽게 인식된다. 회사 내부에서는 개선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지만 고객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고객이 인식하기에 명쾌해야 한다. 복잡함은 모든 것을 망쳐놓을 수 있다. 하나의 이름에 여러 가지 가치를 주어 어떤 것으로도 인식되지 못하도록,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도록 하지 말고, 특별한 하나에 매진하라고 주장한다. 그래야 고객들이 케첩을 보면서 하인즈를 떠올리고, 면도기를 보면서 질레트를 떠올리고, 검색을 할 때 구글드한다고 할 테니까 말이다.

 

제품 하나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러 제품, 여러 특징, 여러 브랜드를 마구 혼합시키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을 혼란 시켜 떠나지 않게 하고도 상품의 종류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BMW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BMW는 수십 년간 다양한 자동차를 개발해 내면서도 '진정한 운전을 느껴볼 수 있는 자동차'라는 이미지는 계속해서 유지해 왔다. '진정한 운전을 느껴볼 수 있는 자동차'는 지금까지 36년 동안 사용되어 왔다.

 

너무 많은 기능을 가진 제품들도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모든 고객들을 만족시키려 하다 보면 차별화된 이미지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제품이 우수하다는 증명은 아니다. 고객들도 이것을 알고 있다. 어떤 제품들은 여러 기능을 가졌을 때 핵심 기능의 우수성을 희생시키는 위험이 있다. 예를 들면, "멋진 포뮬라 원 자동차 경주용 타이어가 동시에 멋진 승용차 타이어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경주용 타이어는 접지면 트레드가 없다."

 

 

명쾌함이라는 원칙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명쾌함이란 성공을 위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아냈다는 뜻이다. 좋은 마케팅이란 '그 방향을 향해 모든 활동을 집중하는 것'이다. 마케팅이 해야 할 일은 왜 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과 더불어 그 이유가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도록 모든 활동의 초점을 맞추는 것 또한 포함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집중, 바로 이 점이다.

 

명쾌함을 지켜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명쾌함을 해치는 요소들을 읽으면서 눈치 채었는가? 그것은 바로 희생이다. 한 가지 '종류'의 제품에 집중하고, 한 종류의 제품의 '특징'에 집중하고, '타깃'으로 하는 시장을 희생하는 것이다. 짧은 거리를 비행기로 여행할 땐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서비스가 좋은 백화점의 노드스트롬, 젊은 세대를 위한 콜라 펩시처럼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희생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고객은 하나의 브랜드에 여러 메시지를 받으면 어느 한 메시지에도 초점을 맞추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제품에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 어떤 메시지가 중요한지 알지 못하고 곧 다른 제품과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명쾌함을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들은 저자가 알 리스와 공저한 책 <포지셔닝>과 함께 읽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 <포지셔닝>은 선두기업 전략뿐만 아니라 기존의 제품과 기업을 재포지셔닝하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명쾌한 차별성'을 구축하는 전략에 관한 뛰어난 책이다.

이 책의 구체적인 전략들을 보면 군사 전략 용어뿐만 아니라 방식도 상통하는 면이 많다. 그 이유는 저자 잭 트라우트가 알 리스와 공저한 <마케팅 전쟁>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마케팅 전쟁>은 2,500년간의 전쟁사를 연구한 클라우제비츠의 전략적 원칙들을 마케팅 전략으로 탄생시킨 책으로, 마케팅도 '경쟁'이라는 전쟁터라는 관점에서 공격 마케팅, 방어 마케팅, 측면공격 마케팅, 게릴라 마케팅 등의 4가지 마케팅 전략과 전술을 다루고 있다. 어떤 마케팅 전략과 전술을 써야 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면 <마케팅 전쟁> 또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저자의 어떤 생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입소문 마케팅, 감성 마케팅, 행동 타겟팅 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일정 부분 과장 또는 어떤 것이 정착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시행착오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복잡함에 대한 충고, 명쾌함에 대한 확고한 조언은 경영자와 마케터들이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명쾌함과 단순함은 마케팅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주제이다.

 

명쾌함은 듣기에는 단순하지만, 이해하고 실행하기에 매우 어려운 주제이다.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명쾌함에 대한 주장들을 많은 전략가들이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명쾌함을 주제로 다룬 책들을 여러 권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러 저자의 힘을 빌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이 책은 저자 특성상, 장황하거나 어렵거나 이론 중심적이지 않으므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또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자신의 반대하거나 공감하는 의견들을 메모하면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나는 잭 트라우트의 책을 읽을 때는 늘 내 생각을 가득 메모해 가면서 읽는 데, 그의 책을 읽을 때 얻는 특별한 재미가 되었다. 

 

 

마케팅, 명쾌함으로 승부하라 - 8점
잭 트라우트 지음, 김명철 옮김/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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