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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셔닝>을 읽으면서 머리에 떠오른 식당이 한 군데 있다.

요즘 식당 가격이 다 그러하듯이 김치찌개 5천원에 먹을 수 있는 곳도 쉽게 찾기 힘들다. 하물며 1만원에 2인이 낚지 볶음에, 김치찌개, 계란찜, 쌈야채, 밥과 다섯 가지의 반찬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정말이지 찾기 힘들 것이다. 내가 말하는 이 식당이 바로 그런 곳이다. 그것도 강남에 위치한. 이 곳은 점심 시간을 넘겨 2시를 넘어 가도 테이블이 거의 차 있다. 점심에는 식사로 북적거리고 저녁에는 삼겹살에 소주와 맥주를 곁들인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너무 여기서 먹다 보니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가려고 마음 먹어도 이 만한 가격에 이 만큼 잘 나오는 곳을 찾을 수 없어 자주 찾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식당들을 쭉 나열해 생각해 보아도 이 식당은 자신의 포지셔닝을 강력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고 푸짐한 점심을 갈망하는 그 주변의 직장인들, 특히 남자들의 '마음 안에서는 거의 독점에 가까운 포지션'을 차지했다. 점심 시간 사무실을 나와, 당연한 듯 말을 맞춘 듯 자연스레 발길이 향하게 되는 그런 포지션 말이다.

 

이토록 강력하게 포지션을 차지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그 주변 식당을 살펴보면서 왜 성공 사례가 저렇게 바로 옆에 있는데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내지 않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그건 자신의 마음과 고객의 마음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왜 사람들이 몰라줄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객의 마음에 자신이 어떻게 생각되는지, 점심 메뉴를 떠올릴 때 왜 가장 앞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지를, 고객의 관점에서 충분할 만큼, 알아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에게 '네가 잘 못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고객은 여기가 아니라 거기를 원한다. 그것이 진실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전진할 수도 없고 변화할 수도 없다.

 

 

당신의 기업은, 당신의 상품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당신의 사이트, 당신의 상품을 떠올릴 때 고객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책은 고객의 마음에 포지셔닝 하는 방법, 즉 고객의 마음에 각인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내가 이해하고 요약 정리한 방식으로 새롭게 재 구성하여 리뷰 하였다. 저자의 책을 한 독자의 관점으로 다르게 구성해서 읽어보는 흥미와 유익함을 선사한다면 기쁠 것 같다.

 

 

포지셔닝은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이 관점에서 포지셔닝 전략에 대해 논하기 전에, 포지셔닝의 기본 원칙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이것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포지셔닝은 인식의 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앞의 식당의 예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인식되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식의 힘에 대해서는 책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인식의 힘이란,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듣거나 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에서 저자들 또한 인식의 힘과 절대로 싸우지 말라고 조언한다. "사실과 인식이 싸우게 된다면 분명히 인식이 이길" 것이라고 말하면서.

 

둘째, 포지셔닝은 완전히 새롭고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이미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떤 것과 연관 및 연결시키거나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식이라는 의미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기존의 인식을 조작하거나 연결시킴으로써 인식의 힘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셋째, 포지셔닝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메시지를 극도로 단순화 하는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 포지션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선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생략 혹은 간략화를 의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를 위해, 내가 파악한 3가지 규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미 있는 것과 의미 없는 것을 혼돈스럽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분명한 메시지를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마음에 가장 쉽게 그리고 분명하게 인식될 수 있는 최선의 소재를 선별해야 한다. 셋째, 여러 가지 메시지를 뒤섞어 결국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만들지 않는다. 이를 테면 '크고 가볍고 귀엽고' 식으로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상품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스 고딘의 '리마커블(얘기할 만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대립되는 개념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더 나은 것보다는 최초의 것이 낫다'는 말에서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더 나은 것이 더 나은 것으로 고객에게 인식되지 못한다면 더 나아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는 가장 맛있는 패스트푸드를 파는 곳은 아니다. 더 맛있는 패스트푸드를 파는 곳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창조해냈고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가 되었다. 햄버거하면 맥도날드가 떠오르게끔 말이다.

맥도날드는 분명 리마커블하기도 했다. 맥도날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체계화된 일관성 있는 맛과 신속한 서비스'라는 놀라움을 창조해냈으니 말이다.

 

그렇다. 포지셔닝의 가장 핵심은 바로 "고객의 인식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로 상품이 더 우수한지 혹은 먼저 개발되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더 우수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상품을 대표 상품으로 혹은 가장 먼저 마음 속에 떠올리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어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저자의 포지셔닝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정말로 더 나은 것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객의 선택과 영향력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해 주는 소셜미디어가 확장되고 있고 검색과 추천의 방식들도 변하고 있다. 이제는 상품의 진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고객의 인식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이 중요한 통찰이다.)

 

 

저자의 포지셔닝 전략을 나는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저자가 가장 강력한 포지셔닝 아이디어로 제안하는 것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이는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로서, 최초의 것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브랜드에 물들지 않은 비어 있는 고객의 마음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것이다.

 

한 예로, IBM은 컴퓨터를 발명하지 않았다. 스페리랜드(Sperry-Rand)가 발명했다. 그러나 IBM은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컴퓨터 포지션을 확립한 첫 번째 기업이 되었다.

 

이렇게 리더가 되면 리더로서의 전략을 펼쳐야 한다. 리더십 유지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하나는 진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면, "마인드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제품은 모두 고객에 의해 '진품'으로 인식된다. 메인 프레임 컴퓨터 부문의 IBM, 타이어의 굿이어, 콜라의 코카콜라등과 같이 말이다. "우리가 그 제품을 발명했습니다"라며 자신의 고유함을 기억시켜 준 제록스 복사기, 폴라로이드 카메라, 지포 라이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 당신의 제품이 진품으로 인식된다면, 당신은 다른 경쟁 브랜드 모두를 모조품으로 재포지셔닝한 셈이 된다."

 

또 하나는, "고객의 마음에 해당 상품 영역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IBM의 광고는 대개 경쟁 상대는 무시한 채 컴퓨터의 가치를 알리는 데 역점을 둔다. 자사의 컴퓨터만이 아닌 모든 컴퓨터의 가치를 말이다."

 

마지막으로, 상품의 적용 범위를 넓힘으로써 포지션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암 앤드 해머사는 베이킹 소다를 냉장고 탈취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홍보하여 판매를 크게 늘렸다. 나도 베이킹 소다를 청소, 세탁, 설거지 등 다용도에 활용하고 있다. 또, 존슨즈 베이비 삼푸는 상품의 부드러움과 순함을 각인시켜 동일 상품으로, 성인 삼푸 영역에서도 선도 브랜드가 되었다.

 

 

둘째, 어떤 범주에서 첫 번째가 될 수 없으면 첫 번째로 인식될 수 있는 새로운 범주를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아멜리아 이어하트' 전략이라고도 부른다. "아멜리아 이어하트는 대서양 단독비행에 성공한 세 번째 인물이다. 그녀가 유명해진 것은 대서양 단독 비행에 성공한 첫 번째 여성으로서이다." 미켈롭도 하이네켄에 대해서 '아멜리아 이어하트' 전략을 구사했다. "하이네켄을 최초의 '외국산' 프리미엄 맥주로, 미켈롭을 최초의 '국내산' 프리미엄 맥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위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두 번째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상품 영역을 기존의 상품 영역과 연결 혹은 대응하여 포지셔닝' 시키는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예가 바로 세븐업이다. 세븐업은 "No Cola (콜라가 아닙니다)"라는 문구로 자신의 비콜라 포지션을 확실히 했고 콜라를 대체할 수 있는 음료로 자리잡았다.

 

 

셋째, 업계 리더를 재포지셔닝하여 자신의 포지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의약품이다. 바로 아스피린과 타이레놀.

아스피린이 의학적 의구심과 부작용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타이레놀은 "다행히도 여기 타이레놀이 있습니다"라고 고객에게 자신을 인식시켰다.

사실 재포지셔닝은 상대 제품을 험담하고 깎아 내리는 방식이 될 수 있으므로 윤리적인 논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공정하게' 게임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파게티 소스의 선도 브랜드는 라구다. 그리고 '진한 스파게티 소스'라는 전략을 사용한 프레고는 성공적으로 그리고 서로 상처 입히지 않는 방식으로 라구를 재포지셔닝했다. 이렇게 말이다. "묽은' 소스를 원하면 라구를 구입하시고, '진한' 소스를 원하면 프레고를 구입하세요"

버거킹은 맥도날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재포지셔닝 전략을 취했는데 저자의 말을 빌면, 버거킹 역사상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우리 햄버거에는 튀긴 고기가 아닌 구운 고기가 들어갑니다"

 

 

내가 대표적으로 선별하여 이야기한 것 외에 책에서 추가적인 포지셔닝 방법들을 확인할 수 있고 다양한 많은 사례들이 분석되어 있다. 저자는 여러 사례들을 자신의 '포지셔닝 아이디어'에 맞추어 분석하고 있는데 저자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거나 달리 생각하는 의견을 메모하면서 읽는 재미가 솔솔 했다.

 

 

결론적으로 재차 강조하는 것은, 포지셔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인식'이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포지션은, 브랜드명이 일반 명사라도 되는 것처럼 '고객의 마음'에 포지션을 확립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지셔닝 전략을 잘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던 2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포지셔닝 아이디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것은, 철저하게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마음에 자신이 어떻게 받아 들여지고 있는지 솔직하게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기업,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고객과 사용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솔직하고 진실되게 파악하는 것이 포지셔닝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둘째, 포지셔닝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특정 컨셉 하나를 선별하는 일이다. 최초의 것으로 인식이 되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처음의 것이 되든, 재포지셔닝으로 각인이 되든, 중요한 한 가지는, 각인이 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성공할 만한 컨셉과 시장 영역을 찾아내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어느 고객에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가 되었다면, 포지셔닝 전략의 기초 체력은 다졌다고 생각한다. '포지셔닝 아이디어'를 통찰력 있게 응용하여 기업, 상품, 마케팅, 덧붙여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포지셔닝 - 10점
잭 트라우트 & 알 리스 지음, 안진환 옮김/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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