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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여섯 단계 법칙'이었다. 책을 읽어 보니 저자가 식스 픽셀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것도 '여섯 단계 법칙'과 비교하여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섯 단계 법칙'은 '인간들이 어떻게 상호 연결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실험의 결과로, 여섯 사람을 거치면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된다, 여섯 단계만 넘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런데 이 법칙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단계를 필요로 한다.



그럼, 식스 픽셀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저자 미치 조엘이 픽셀이라는 단위를 쓴 것은 이제 단계의 법칙이 깨졌다는 것을 말한다. 픽셀(pixel)의 사전적 의미는 디지털 화면의 단위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점을 지칭한다. 저자가 의미하는 픽셀은 클릭 한 번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인터넷, 수많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 장치들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 모두는 클릭 한 번으로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즈니스의 방식이 달라졌고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이 변화를 단적으로 저자의 말을 빌어 표현하면 "모든 사람은 연결되어 있다. 이제는 비즈니스를 모든 사람에게 연결할 때다." 저자는 이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온라인 채널들의 등장은 "당신이 가치와 의미를 더하고, 고객과 연결하고, 고객을 참여시킬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가동된다"는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그 능력이 무엇이며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저자가 <미래를 지배하는 식스 픽셀>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저자인 미치 조엘은 디지털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인 트위트스 이미지 Twist Image의 회장이다. 이 회사는 디지털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저자는 블로거로, 팟캐스터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2006년에는 블로그 마케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 2008년에는 세계 100대 온라인 마케터로 선정되었다.

저자는 고백한다. "내 인생에 있어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모든 개인적 성공, 즉 트위스트 이미지의 성장부터 이 책의 출간을 계약한 것까지 모든 게 온라인 채널의 덕분이다. 나와 내 사업 파트너들은 당신이 앞으로 이 책에서 접하게 될 모든 방법들을 수행해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구축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저자 스스로 그 영향력을 경험했고 그 영향력을 입증한 사람들과 그들의 일화, 성공 스토리를 알려준다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어렵지 않고 예측할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소셜 마케팅에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읽어왔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진지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방법론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원칙이나 가치를 분명히 이해시키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확고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식스 픽셀의 시대에서 알아야 할 중요한 원칙 : 신뢰

 

신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신뢰라는 말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도 기업과 고객과의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시대, 웹 2.0의 시대에 더 의미심장에게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기업의 메시지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한다. 기업의 메시지는 홍보이며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익과 수익을 위해 영업과 마케팅의 언어에는 진실이 어느 정도 가감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까지 체험해 왔고 실제로 자신이 일을 할 때도 그런 면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함묵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웹 2.0, 디지털의 시대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무료로 사람들의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드러내 보이고 있고 웹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역할을 해 내고 있다.

무료, 대가로 인한 것이 아닌, 순수한 욕구에 의한, 그것도 매우 적극적이며 전문성을 지닌, 공기처럼 퍼지는 정보와 지식, 이것이 지금까지와 다른 신뢰를 대두시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비즈니스에 있어 신뢰가 입에 발린 어구로서가 아니라, 실제적 영향력을 지닌 핵심 가치가 되고 있다.

 

그래서 신뢰가 핵심 가치가 되는 식스 픽셀에서는 돈보다는 시간, 빠름 보다는 느림, 물방울 보다는 물결이 더 힘을 가지게 된다. 과거 미디어 시대의 광고는 돈으로 이루어지지만 신뢰는 시간을 통해 쌓여간다. 시간을 통해 쌓인다는 것은 즉, 느림의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미디어 시대의 광고는 한 건을 해내는 물방울과 같다. 아주 큰 물방울을 원한다. 그리고 물방울은 단기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계속 물방울을 뿜어 올려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물결이 더욱 가치를 발휘한다. 꾸준한 헌신을 통해 느리게 쌓아 올린 신뢰는 물결처럼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큰 파도가 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 : 우리 모두가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것!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커뮤니티가 끝없이 확장된다는 의미이며 우리가 그 커뮤니티의 어느 선상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하게 통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한다는 것은 블로그를 개설하거나 트위터에 등록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더가 된다는 것은 꾸준히 읽고 싶은 블로그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며, 트위터에서 이야기의 주체, 주요 트윗, 중심 인물이 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유의하라고 저자가 조언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커뮤니티 안에서만 폐쇄된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만든 커뮤니티에도 열려 있어야 하고 댓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신뢰와 커뮤니티라는 두 핵심 가치가 비즈니스와 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저자는 통제의 미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이를 테면 긍정적인 리뷰만을 원했던 기존의 사고, 소비자들의 소리를 통제하고 싶었던 기존의 욕구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고객의 소리를 통제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남는 대안은 무엇인가? 언제 무엇에 대해 어떻게 참여할 지를 결정할 수 있다. 저자는 "충성스런 고객을 만들어 그들이 브랜드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다. 사태가 잘못되었을 때 개입 여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통제의 기존의 개념을 바꾸자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no control' 이 아니라 'know control' 이라고 주장한다.

 

통제를 걱정하는 것은 고객의 마음과 욕구를 통제하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어불성설인 이야기이다. 고객에게 가치를 줌으로써 기업은 성장한다. 그런데 고객의 마음의 욕구를 기업이 편한 대로 조정할 수 있을까? 고객의 가치를 발견하고 고객과 공감하는 기업, 비즈니스, 서비스, 제품을 목표로 삼는다면, 통제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가 가져다 준 고객의 풍요로운 목소리에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검색 엔진은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된다. 부정적인 리뷰 또한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실마리다. 왜 고객이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고 있는데, 그것도 실시간으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걱정이나 통제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지 아이디어를 내고 재빨리 실행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를 통해 많은 흥미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무선 인터넷, 생일 무료 음료, 향이 가미된 거품, 스플래시 스틱 모두 이 사이트를 통해 창조되었다. 고객들은 이 사이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들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스타벅스는 어떤 아이디어를 수용할지 판단한다. 우리도 스타벅스처럼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한다.

 

 

신뢰와 커뮤니티의 시대에 이 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콘텐츠이다. 지속적이며 가치 있는 콘텐츠.

이것은 기업 브랜드, 개인 브랜드 모두에게 해당되는 절대 기준이다.

 

기존의 미디어 마케팅에서는 반드시 어떤 채널을 구입해야만 광고와 홍보를 할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알다시피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등을 비롯한 소셜 채널들이 무료이다. 이제는 콘텐츠 자체가 미디어가 되었다.

 

콘텐츠의 가치는 단순히 만들어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다. 유저, 회원, 독자, 고객들이 이 콘텐츠를 가지고 무언가를 해야 진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읽고, 댓글을 달고, 퍼다 나르고, 가져다 사용해야 콘텐츠가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이로써 콘텐츠가 커뮤니티로 이어지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조회수와 커뮤니티는 다르다는 것, 신뢰와 관심은 다르다는 점이다. 다음의 저자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른 글에 달린 링크 때문에 들어와서 잠시 머물다 바로 나가버리는 5만 5,000명의 방문자보다 다섯 명의 신규 커뮤니티 회원에게 집중하는 것이 진정으로 진화하는 길이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는 기업 관점에서도 개인 브랜드가 더 큰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존에는 기업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이었지만, 이제는 개인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팟캐스트를 가진 개인 브랜드로서 더 활약하게 된다. 이는 곧 디지털 세상에서는 신뢰성 있는 개인 브랜드를 구축한 구성원을 통해 기업의 가치가 더 올라가게 된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작은 기업이라면 기업 블로그는 경영자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일이 되기도 한다. 큰 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업 블로그는 딱딱한 기관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대화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제 디지털에서의 대화와 이야기를 실제와 바로 연결시켜 인식하고 있고, 더 나아가 오히려 더 생생하고 투명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업 관점 보다 개인 브랜드 관점에서 더 적극적으로 실행 방안을 내 놓고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저자가 디지털 시대의 핵심 가치와 전략으로 주장하는 것들은, 기업이냐 개인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개인이든 기업이든 시대의 변화에 대해 우물쭈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임을 독려한다. 사람들이 연결되는 방식은 이미 변화하고 있고 이것은 비즈니스 또한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의 기로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리더가 될 것인가, 흐름을 이끌 것인가,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가 될 것인가 하는.

 

 

미래를 지배하는 식스 픽셀 -
미치 조엘 지음, 서동춘 옮김/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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