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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티핑 포인트에 대한 생각들은 특정 현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왜 어떤 아이디어나 행동이나 제품은 전염성이 있는 반면 그 밖의 것들은 그렇지 않은가? 왜 어떤 아이디어와 유행과 메시지들은 '점화'되는 반면 다른 것들을 불발되는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들을 전염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렇다. 마케터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것이다. 어떤 아이디어, 제품, 메시지, 행동은 전염성을 가지고 있고 빠르게 확산되며 주목 받는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런 걸까? 그 둘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요소가 무엇일까?

 

저자는 그 결정적인 요소를 티핑 포인트에서 찾았다. 티핑포인트란 "모든 것이 한꺼번에 갑자기 변화하고 전염되는 극적인 순간"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티핑 포인트는 3가지 법칙에 의해 일어난다. 저자가 주장하는 3가지 법칙은 20%의 사람이 80%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소수의 법칙', 특정 특성을 가진 메시지가 영향을 미친다는 '고착성 요소', 특정한 상황이 특정한 결과를 낳는다는 '상황의 힘'이다.

 

나는 이 책을 마치 소설책이라도 되는 듯이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딱딱한 경영 이론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티핑 포인트의 첫 키워드는 특별한 사람, 즉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이다.

 

저자의 말을 빌어 핵심을 요약하자면, "사회적인 전염에 있어 메이븐은 데이터 뱅크다. 그들은 메시지를 제공한다. 커넥터들은 사회적인 고착제다. 그들은 메시지를 퍼뜨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집단, 즉 세일즈맨이 있는데 이들은 우리가 정보에 관해 긴가민가 미심쩍어할 때 능수능란하게 우리를 설득한다."

 

메이븐에 대해 읽으면서 나는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신뢰성 있게 전달하고 연결시켜 주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커넥터에 대해 읽으면서 선배 언니 한 명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커넥터이며 동시에 메이븐 소질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여러 공동체에 다양하게 소속되어 있으며 어느 공동체마다 일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공동체의 사람들이 그녀를 통해 연락하고 그녀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그녀를 통해 상담 받거나 사람을 소개 받는다. 나도 그녀를 통해 한 공동체와 인연을 맺었고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를 가리키면서 그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를 물어왔다. 그녀의 네트워크에는 종교, 봉사, 직장, 친구, 이웃, 인터넷카페, 영화 등 관심사 등 다양한 주제에서 파생된 그룹들이 각 특색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녀는 이 그룹과 저 그룹,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연결 짓는 일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커넥터의 특성에 대해 "아는 사람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자기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며" "친하지만 무심한' 관계를 편안해 하고 "관찰자에 가깝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녀가 그렇다. 뭐랄까,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지만 늘 연결되어 있으며 주변에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마도 그런 다소 초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감정의 거리감이 그녀와 같은 커넥터와 커넥터로 연결되는 사람 서로를 편안하게 만들어 관계를 지속적이고 영향력 있게 하는지도 모른다.

 

세일즈맨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대표 이미지가 있다. "감정을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감정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분위기를 이끌고 정서적, 감정적으로 전염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뛰어난 세일즈맨들이 그러하듯 이들은 정서적으로 설득력이 높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 신뢰성과 유대성을 형성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비언어적인 표정과 동작 등에서도 세일즈맨이 아닌 이들과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인간적인 친화력으로, 능력이라기 보다 '타고난 특성'과 더욱 연관된 것이어서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에 걸 맞는 사람들 몇몇을 떠올리는 것이 오히려 더 분명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티핑 포인트의 두 번째 키워드는 메시지 자체의 고착성이다.

 

첫 번째 키워드 '소수의 법칙'은, 전염성의 핵심적인 한 요소가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이라 불리는 특별한 '메신저'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키워드 '고착성'은 '메시지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고착성의 핵심은 '메시지가 기억할 만한 것인가? 메시지 자체로도 변화와 행동을 자극할 만큼 주목할 만하고 기억할 만한가?' 하는 것이다.

메시지의 고착성에 대해서는 책 칩 히스, 댄 히스의 <스틱>과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더욱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티핑 포인트의 세 번째 키워드는 환경이 행동을 결정한다는 상황의 힘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상황의 힘은 "가장 사소한 것이 상황을 이끄는 주원인"이며 "조그만 상황 변화가 전염성을 점화한다"는 관점에서 깨진 창문 이론과 동일하다.

 

'깨진 창문 이론'은 책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도 구체적이고 통찰력 있게 소개된 유명한 이론이다. 특히 뉴욕 시 범죄 하락은 '깨진 창문 이론'을 실제에 통찰력 있게 활용하여 아주 사소한 어떤 것을 변화시킴으로써 전체 환경을 점화시킨 성공적인 사례이다. 뉴욕 시 범죄 하락 사례에 구체적으로 적용시키면, "상황의 힘은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거창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벽에 있는 낙서를 지우거나 무임 승차하는 사람을 잡는 것과 같은 것들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상황이 사람의 어떤 성향과 선택을 바꾸어버릴 수 있다'는 상황의 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소개해 주고 있는 의미 심장한 연구 실험 사례들 중 하나를 읽어보는 것이 어떤 설명보다 휠씬 분명하게 와 닿을 것이다.

 

뉴욕 시 심리학자인 콜롬비아 대학의 비브 라텐과 뉴욕 대학의 존 달리는 '방관자 문제'라고 명명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일련의 사례를 연구했다. 한 실험에서 라텐과 존 달리는 방에 있는 한 학생에게 간질 발작을 연출하도록 시켰다. 옆방에 오직 한 사람만이 있을 때 그가 달려와서 도와줄 확률은 85% 였다. 하지만 자신 이외에도 다른 4명의 사람들이 발작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할 때 그들이 달려올 확률은 불과 31% 였다. 방문 아래로 연기가 새어 나오는 또 다른 실험에서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는 75%가 보고를 했지만 집단으로 있을 때 이 사건을 보고할 확률은 38%에 불과했다. 즉, 사람들이 집단으로 있을 때 행동에 대한 책임감은 희석된다. (책, 38~39쪽)

 

저자는 상황의 힘에서 집단 내에서의 사회적 전염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였는데 인간의 사회적 수용 한계 능력에 근거하여 150이라는 효율적 집단 숫자에 주목하고 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적 능력에 대한 사례는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가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만약 모든 영장류를 조사해 본다면 신대뇌피질이 클수록 집단의 평균적인 크기도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호모 사피엔스에게 적당한 신대뇌피질의 비율을 접속하면, 이 집단의 크기를 147.8 도는 약 150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150이라는 숫자는 진정으로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개인적인 숫자를 나타내는 것 같다. 이런 종류의 관계는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우리와 어떤 관계인지 알고 있는 그런 관계이다."

규모가 좀 더 커지면 충성심과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보다 복잡한 위계 질서, 규칙, 규율, 공식적인 조치 등을 부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던바는 150명 이하의 경우 이와 동일한 목적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 176~179쪽 요약)

 

한 가지 궁금한 것은 150이라는 집단의 숫자에 미치지 않지만, 위에서 이야기하는 마법의 집단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하는 것이다. 혹은 질문을 바꿔 묻고 싶다. 150이라는 마법의 숫자가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150이 안 되는 집단에서 그 효력이 발생되지 못하도록 막는 요소는 무엇인지.

 

150이라는 숫자를 기업에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고어사의 사례는 150이 협동을 가능하게 하는 숫자가 아니라 협동을 가로막을 수 있는 최대치의 숫자를 의미한다는 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고어사는 직급이 없고 투명한 의사소통으로 매우 유명한 특별한 기업이다. 그들이 150이라는 집단 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150명 선에 이르면 일이 다루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되었지요"라는 설립자 빌 고어의 말처럼 그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숫자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150이라는 숫자 내에서 성공적인 협력과 의사소통을 이루어내는 것은, 숫자와 전혀 상관없이 전적으로 고어사의 역량이다.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티핑 포인트는 '메신저, 메시지, 상황'이 사회적 전염을 점화시키는 3가지 핵심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티핑 포인트가 되는 메신저의 특성은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이다. 티핑 포인트의 메시지의 특성은 '메시지 그 자체가 주목할 만하며 기억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상황의 힘은 '특정한 상황이 어떤 사람을 다른 사람을 변모시킬 수 있다는 것, 가장 사소한 것이 상황을 이끄는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 티핑 포인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티핑 포인트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원하는 티핑 포인트를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소수의 법칙에서는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고 그들에게 집중해야 함을 제안한다. 고착성에서는 세서미 스트리트, 블루스 클루스 사례처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조금 바꿈으로써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상황의 힘은 고어사의 경우처럼 집단의 크기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초래하고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흡연과 자살의 사례에서처럼 티핑 포인트의 세 가지 관점에서 상황을 새롭게 통찰함으로써 지금껏 '이럴 것'이라고 통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요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실제로 효과 있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저자가 티핑 포인트의 관점으로 흡연과 자살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고착성 없는 흡연'을 통해 10대 흡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처럼 말이다.

 

10대들은 여지껏 담배를 피웠던 그 모든 이유 때문에 계속 담배를 피울 것이다. 즉 멋있는 젊은이들이 여전히 담배를 피우며, 그 문화에 여전히 잘 어울리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코틴 함량을 중독의 문지방 이하로 감소시켰기 때문에 흡연 습관은 더 이상 달라붙지 못하게 된다. (책, 247쪽)

 

 

티핑 포인트 - 10점
말콤 글래드웰 지음, 임옥희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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