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 회사의 직원이었던 예전에, 세이노의 한 글이 마음에 한동안 남았었다.

'허드레 일부터 제대로 하라'는 주제였는데 신입 사원들이 커피 타는 일, 복사하는 일을 허드레 일이라고 아무렇게나 생각하지만 세이노는 정말인지를 되물었다. "커피 하나도 제대로 타려면 만만하지 않다"면서, 세이노는 향과 맛을 제대로 살리는 온도와 방법을 세세히 설명했는데, 과연 만만하지 않았다.

세이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커피 마시는 사람들 각각의 기호에 따라 어떻게 배합하는 지 기록해 두고, 그 기록한 것을 자신만 아는 것이 아니라 탕비실에 붙여 두어 누가 어떤 커피를 원하는지를 누가 타더라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다름아닌 지식 경영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 정도면 굉장한 것 같지만, 그의 커피 이야기는 여기서도 끝나지 않았다. 한 달에 커피, 설탕 등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통계를 만들어 개선 요소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종이컵이 아닌 개인 컵을 사용할 것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등… 그는 그렇게 커피 타는 일 하나가 지식경영이 되고 혁신이 되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그 때 철이 없던 시절이라, 작은 일 큰 일을 따지곤 했다. 아무렇게나 하지는 않았지만 세이노가 얘기하는 것처럼 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것이 단순히 넘어갈 내용의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어떤 일이든 일에 대한 사고 습관, 태도 습관의 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커피 타는 일을 지식경영과 혁신으로 만들 수 있다면, 팩스 보내는 일을 지식 경영과 혁신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일이든 대단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생각과 태도를 습관화'하고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한다면, 작은 일을 하찮게 생각하는 생각과 태도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신중하고 섬세해야 하는 큰 일을 잘 해내기 더 힘들 것이다. 마치 100만원의 돈을 지혜롭게 운용할 줄 모른다면 1억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의문도 들었다. 어떤 일이 '작다, 하찮다, 허드레다' 라고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수 있을까? 근사해 보이는 일, 권력이 있어 보이는 일, 부러워할 만한 일이면 '크고 대단한' 일인 것일까? 하지만 어떤 일이든 '무언가를 제대로 해 내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도 '대단하고 멋진' 것이 되지 않는가.

 

 

어떤 작은 행위가 그 사람의 무엇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을까? 어떤 작은 행위가 그 기업의 무엇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을까? 저자는 어떤 작은 행위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려 줄 수 있는지 여러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그는 면접도 잘 보았고 실습도 멋지게 해 내었다. 면접을 본 사람 중 가장 우수하다는 말까지 들었기에 1주일이 지나도 회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그는 전화를 했고 담당자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당신의 구겨진 이력서를 보신 사장님께서 이력서 하나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 부서를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하시며 당신을 탈락시키셨습니다."

 

사례 2

저자는 한 사람을 이사로 스카우트했다. 그가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후계자로까지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다 회사 업무로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다른 임원들과 달리 그는 회사 물품들을 같이 들고 옮기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오고 가는 동안 내내 그의 손만이 비워 있는 것을 보고 저자는 그가 이기적이고 협동심이 부족한 사람임을 깨닫고 생각을 바꾸었다.

 

사례 3

한 중국 회사는 아주 중요한 투자 협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투자는 긍정적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고 투자 협상가가 중국을 떠나는 날, 근사한 저녁 파티에 초대한다. 투자 협상가는 자신만을 위해 준비했다는 저녁 파티를 보고 마음을 바꾸어 투자를 철회한다. 그 이유는 바로, "당신들이 한끼 식사에 그렇게 많은 돈을 낭비하는데 어떻게 안심하고 거액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겠소?"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어떤 회사에서나 있을 법한 이 책의 여러 사례들을 읽다 보면 아주 중요한 진실을 점점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즉, 일을 '하는 것'과 '제대로 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휴렛 패커드 창업자 데이비드 패커드는 "작은 일이 큰 일을 이루게 하고 디테일이 완벽을 가능케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은 "간단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간단한 일을 모두 잘 해내는 것이 바로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평범한 일을 모두 잘 해내는 것이 바로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고 했다. 멋진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하나가 전체를 말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회사에 다닐 때 회사 세미나에 강의를 하실 교수님 한 분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분께 글을 부탁하고 글을 받고 세미나 전에 최종 확인을 하고 세미나 당일 맞이하는 것 모두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세미나 당일 나는 회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끔 헷갈려 했던 것을 기억하고 전철역까지 마중을 나갔다. 후에 사장님으로부터 그 교수님이 감동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지금껏 많은 세미나를 다녔지만, 전철역까지 마중 나온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 일은, 그 교수님의 마음에 '이 회사는 다르구나, 제대로 배려할 줄 아는 회사구나' 느끼게 해 주었다고 했다.

 


교수님의 말씀은 나 자신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주었다. 어떤 일이든 그 일 하나만을 생각하지 않고 전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얼마나 달라지는 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해 내기 위해서' 마음을 다해야 함을 마음에 새겼다. 어떤 일이 나의 가치관, 인생관, 일에 대한 신념을 드러낸다는 것이 무섭고 두렵게도 느껴졌지만 무척 근사하게 생각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마음과 태도로 일을 대하면 어떤 일이든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느냐 만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어쩌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엇'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디테일의 힘은 1%가 가져올 수 있는 위기와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동시에 어떤 일에든 성공과 기회의 유전자 또한 새겨져 있다. 어떤 것을 집어야 거기에 행운과 성공이 따라올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행운과 성공의 기회들이 있다. 당신이 오늘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그 작고 일상적인 일이, 당신이 꿈꾸는 미래로 이끌어 줄 바로 그 길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비를 피하게 한 노부인이 철강왕 카네기의 모친이었고 나중에 카네기가 가장 신뢰하는 경영인이 된 것처럼. 면접장에 떨어져 있는 휴지를 주워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몇 년 후 그 회사의 사장이 된 것처럼.

 


디테일의 힘 - 8점
왕중추 지음, 허유영 옮김/올림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