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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포춘>과 <비즈니스 2.0>에 실린 글들을 뽑아 엮은 것으로, 여러 세계 리더와 기업들이 일을 하는 그들만의 방법과 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조언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주제 전체를 관통하는 깊이 있는 내용이나 큰 통찰력을 기대하기 보다는 여러 리더들과 인터뷰하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좋은 독서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각각이 다 독립된 글이므로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부터 읽어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저자 자신의 통찰력만큼이나 기업 사례 자체가 아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여러 책을 읽다 보면 어떤 기업에 대해 서로 다른 면모를 발견하거나 다르게 판단하는 여러 저자들의 생각을 접하게 되는데, 이것이 또 통찰력을 키워주는 좋은 학습이 된다.

 

GE가 기업가들이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위로 뽑힌 이유

 

제 4장 '위대한 역할 모델'에서 GE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보았는데, GE 사례에 대한 글을 쓴 제프리 콜빈은 지난 한 세기 가량 GE가 기업 경영 혁신의 사례를 이끌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GE는 2006년에 또 한 번 1위에 올랐다. 지난 10년 간 총 여섯 번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뽑힌 것이다. GE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실시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조사에서도 지난 8년간 총 7회 1위에 올랐고, 금융 주간지인 <배런(Barron)>에서 최근 선정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위로도 뽑혔다. 왜? 그것은 바로 우리를 비롯한 모든 출판사의 설문 대상이 소비자가 아니라 GE와 똑같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기업가들이기 때문이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지만 GE는 다른 모든 사람이 오로지 꿈꾸던 일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 한 세기 가량 GE가 끊임없이 사업 운영 아이디어와 실무의 선례를 세우고 다른 기업이 이를 따르는 현상이 계속되었다.

1892년부터 1912년까지 회사를 이끈 찰스 코핀의 지휘 하에 GE는 후에 수많은 대기업의 본보기가 된 조직 설계의 원칙을 세웠다. 1990년 GE는 최초의 기업 R&D 연구실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1930년대에는 연금 제도와 이익에 기반한 보너스 제도를 도입해 협력적인 노사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1950년대에는 그 유명한 블루북(Blue books), GE의 관리자들을 위한 다섯 권짜리 상세 지침서를 내놓음으로써 세게 모든 기업의 조직관리의 틀을 잡았다. 1960년대에는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하도록 이끌었다. 1980~90년대에는 리더십 개발, 워크아웃, 식스 시그마 같은 개념을 가져다가 전 세계 기업관리의 표준으로 만들었다." (책, 201~203쪽 요약)

 

제프리 콜빈이 '사업가들이 특히 존경하는 특성'으로 언급한 GE의 위대성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자신이 창조한 것을 파괴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점이다. 실제로 좋은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거나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지난 과거의 성공'에 발목 잡히는 것이다. 현 CEO가, 지난 CEO가 "창조한 것을 열정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것, "뻔뻔스러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그 능력"이 결국 GE 생존 능력의 핵심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 3장 '위대한 의사결정'에서 어떻게 GE가 창조와 파괴가 일어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잭 웰치를 CEO 후계자로 선택한 레지널드 존스는 198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한 강연에서 이렇게 밝혔다. "후계자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과 비슷하지 않는 사람을 고르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앞에 다가올 환경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 환경에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지요." 잭 웰치가 GE에서 초기에 일종의 주류가 아니었고 비판에 능숙했던 사람이었던 것을 감안해 보면, 현재의 회사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에 대해 가지는 변명 혹은 몸 사리는 거부에 대해서 경영자가 진지하게 성찰해 볼 중요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3장 '위대한 의사결정'에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인터뷰는 CEO의 의사결정, 사람에 대한 결정에 대한 보다 심도 있고 본질적인 논의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공감하며 읽은 부분이다. 짐 콜린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GE의 사례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경영의 역사는 매번 선택과 의사결정의 순간이다. 경영은 결국 수많은 선택과 의사결정의 집합체, 결과물이다. 의사 결정의 '기술'이 아니라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 짐 콜린스의 통찰력은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짐 콜린스는 의사 결정이라는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을 때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바로 위대한 기업들이 내린 가장 위대한 결정은 '무엇'에 대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 대한 것, 바로 사람에 대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불확실성에 대비해 당신이 갖출 수 있는 최대의 대비책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상황이 어떻든 그에 적응할 수 있는 적합한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대한 의사결정은 의견 일치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토론에서 시작'한다. 짐 콜린스가 연구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위대한 리더들은 모두 소크라테스식 토론과 논쟁을 이끌어 내는 데 능숙했다고 한다. 이는 책 <혼.창.통>의 '통'에서 소개된 리더들 역시 CEO에 대해 이의가 부족한 것을 가장 큰 위기로 여겼던 것과 상통하는 중요한 연구 결과이다. 또 '통'에서 인용한, 문제가 있는 이슈에 대해서 자신의 상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많은 조직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조사 결과와도 부합한다.

 

실제로 짐 콜린스는 이를 단순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작업, 즉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연구 팀에 적용했다. 그는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에 반대하고 특히 내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불일치와 논쟁으로 모든 일을 시작하는 문화를 확립"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그는 "상사에게 도전하는 기질이 있고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을 원했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의견 따위는 개의치 않고 스스로의 의견을 펼칠 거라고 기대되는 팀원을 선택하기도 했다.

 

많은 리더가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추종적 지지를 열망하고 비판을 거부하는 성향이 짙다. 실제로 회사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 자체를 참지 못하는 리더들도 종종 보았다. 의사소통 양 자체가 부족하여 서로간에 갭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논쟁'을 피하려는 마음이 지배적일 때가 휠씬 많았다. 같이 이야기를 해도 서로 마음을 열지 않으면 대화를 안 한 것과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더 나빠진다. 이럴 때 이슈는 양이 아니라 질, 즉 '태도'이다. 물론 사사건건 매사에 불평을 하는 것과 건전한 토론, 비판은 반드시 구별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처음에 의견 일치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토론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그 다음에 결정한 것에 대해서 실행할 때는 다 함께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하는 것과 불평하는 것을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반대하는 결론에 대해 어떻게 마음을 모을 수 있을까?

목표와 가치에 대한 헌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리더 자신도 자신의 자존심보다 목표와 가치라는 큰 그림에 집중한다면, 자신의 의견을 따르기를 강요하거나 갈등을 거부하기보다 토론을 통해 최선의 답을 찾고자 할 것이다. 직원들도 목표와 가치를 명확히 알고 그 가치를 인정하고 헌신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생각이 옳거나 자신이 이겨야 한다는 대결 보다는,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진실하고 열띤 토론과 논쟁의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해 장점과 취약점을 발견하고 수정하고 정교화하는 작업들이 펼쳐질 것이고, 해결책이라는 결과물도 물론이지만, 참여하는 사람들 마음 속에서 스스로 납득되는 이점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임직원 모두 "팀이 함께 성과를 내는 데 헌신적인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이제 GE 사례를 마무리해 보자. 제프리 콜빈은 GE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에 중요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자만심에 사로잡히고 자신을 새롭게 하기를 게을리 한다면 언제든지 GE를 포함한 어떤 기업이든지 사라질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 분명한 예는 다우존스 지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찰스 다우(Charles Dow)가 1896년 맨 처음 다우존스 지수에 집어넣은 열두 기업 중 아직도 거기에 남아 있는 기업은 GE 뿐이고 나머지 기업 대부분은 아예 파산하고 말았다"

 

 

당신에게 꼭 맞는, 딱 필요한 조언을 만나게 될 지도.

 

이 책을 가볍게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먼저 읽은 부분은 제 6장 '위대한 조언'이었다.

누구를 멘토로 하는가, 어떤 조언을 귀하게 여기는가는 자신이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느냐를 상징적으로 밝혀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세계의 리더라 불리는 그들이 선정한 조언들이 과연 어떤 것인지 제법 궁금했다.

수십 명의 리더들이 선정한 조언들은 아주 짧게 구성되어 있어 앞 뒤 맥락을 이해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좋은 조언들을 접할 수 있었다.

 

고객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제 1장 '위대한 시작',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특별한 업무 방법을 귀띔해 주는 제 2장 '위대한 업무 방식',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와의 특별한 인터뷰를 담은 제 3장 '위대한 의사결정', GE가 기업가들이 뽑은 가장 존경 받는 1위 기업에 뽑힌 이유를 밝히는 제 4장 '위대한 역할 모델', 드림팀 혹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팀을 꿈꾸는 당신에게 진정한 팀에 대해 재정의 내릴 통찰을 던져줄 제 5장 '위대한 팀', 그리고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제 6장 '위대한 조언.

 

각 장의 사례와 리더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어쩌면 당신에게 꼭 맞는 영감, 딱 필요한 조언과 맞닥뜨릴 행운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위대함의 법칙 - 10점
리처드 브랜슨,빌 게이츠,워렌 버펫 외 지음, 구세희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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