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책에는 세상을 바꾼 32명의 인터넷 비즈니스 리더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이 책의 인터뷰는 좀 특별하다.

 

어떻게 아이디어가 생겨났고 어떻게 구체화되어 갔는지, 어떻게 팀을 만들어 나갔는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냈으며 투자에 대해 어떻게 결정을 내렸으며, 그리고 창업가를 위해 해 줄 조언은 무엇인지 등 창업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창업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영감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이미 유명해져 있는 그들이 아니라, 고군분투하는 창업가들의 입장에서의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우리처럼 그들에게도 끊임없는 어려움이 있었고,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에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으며, 그들 역시 매일 불확실성과 더딘 진행 속도, 그리고 외로움과 싸우는 시간들을 보냈다. 대단하다는 느낌 이전에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이 책이 앞으로 창업의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바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명성 때문에 자신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알게 되면 그런 꿈을 가진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책, 저자 서문에서)

 

 

어떻게 아이디어가 생겨났고 어떻게 구체화되어 갔는가

 

책의 32 사례들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대부분의 경우가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대단한 확신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사례들에서 창업가 자신이 또는 창업가 주변의 사람이나 가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점차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G메일의 검색 서비스도 그렇게 생겨났고 딜리셔스 태그 북마크 서비스, 블러그라인, 트립어드바이즈, 식스 어파트 등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웹 기반 서비스이기에 더욱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겠지만, 완성된 혹은 완전한 것을 출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사용자들과 소통을 통해서 그리고 사용자 반응을 통해서 사용자 기반으로 수정하고 완성해 갔다.

 

주목할 것은, 처음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완성되었다기 보다 아이디어가 보완 수정 발전 혹은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들을 거쳤다는 것이다. 처음의 아이디어에 집착하기 보다 사용자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벤처창업가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가 그 아이디어가 실패하면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애플 컴퓨터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결코 처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진행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냥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정하고 미로 속의 쥐처럼 길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다해야 한다" - Hot or not, 공동창업자 제임스 홍-

 

하지만 이것은 적당히 타협하라는 뜻은 아니다. 누구나 괜찮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라면 평범한 별로 감흥을 주지 않는 서비스일 수 있다. 사람들의 격렬한 반대와 토의를 이끌어 낸다면 오히려 그 아이디어가 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사용자에게 호감을 주는 긍정적인 방향이어야 한다) 사용자에게 귀를 기울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지, 사람들의 이런 저런 의견에 휘둘리거나 적당히 좋은 것으로 타협함으로써 결국 별 의미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라는 뜻이 아니다.

 

 

어떻게 팀을 만들어 갔는가

 

인터뷰를 한 이들 대부분이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공통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디어도 중요하겠지만 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것은 사람들, 팀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사업을 하기 전에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중요성을 이렇게까지 절감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창업을 하면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 좋은 팀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영의 두 축은 비즈니스 그리고 사람이다. 그런데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 사람이다. 기업은 경영자가 결과물을 내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팀이 결과물을 낸다. 창업가와 경영자 모두 가장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사람이 모든 차이를 만들어 낸다. 모든 벤처투자자들은 좋은 아이디어보다는 좋은 사람에게 투자하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아이디어가 나쁘더라도 팀이 좋으면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실행하는 도중에 망칠 수 있고, 나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아이디어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맹목적으로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Excite, 공동창업자 조 크라우스

 

좋은 팀을 알아차리는 자신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트립어드바이저 공동창업자 스티븐 카우퍼는 "좋은 직원을 뽑으려고 광적으로 매달렸다"고 하면서, "위대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원한다. 열정은 태도다"라고 이야기했다.

라이코스의 창업자 밥 데이비스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빌러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마키아벨리가 말하길 리더를 판단할 때는 조직원 전체의 능력을 보라고 했다. 사실이다. 우리 팀이 라이코스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얼라이언트 컴퓨터의 공동창업자이며 쉐어홀더닷컴의 창업자 론 그루너는 "사람을 고용할 때 '궁합, 기술, 믿음' 이 세 가지를 차례로 점검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한 것을 만들려고 했고, 함께 일할 사람들을 무척 조심스럽게 선택했다."고 밝혔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말하고 싶다. 즉 창업가 자신이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좋은 팀의 구성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창업가와 경영자 자신의 생각과 성향대로 파트너를 만나고 팀을 만들기 때문이다.

 

창업가 자신이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지를 알고 있고 그 회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있다면, 그리고 그 자신도 그 회사와 어울리는 경영자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나간다면 점점 더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냈으며 투자에 대해 어떻게 결정을 내렸는가

 

창업가에게 가장 공통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두려움과 공포, 불확실성과의 싸움일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면, "창업가들을 불편하게 하는 문제들이 계속해서 존재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점이 미래의 벤처창업가들이 알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들을 굳이 초인간적인 사람들이라고 간주한다면, 그 이유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노력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려움은 꺾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려움은 창업가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다. 바로, '이 일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신념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애매모호한 성공보다는 완전한 실패가 오히려 새로운 도약이 된다. 무엇이 잘 못 되어 가고 있는지 변명하거나 합리화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다면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이 책의 창업가들은 사업 초기에 자신들의 방에서 혹은 작은 공간을 빌려서 컴퓨터 몇 대만 놓고 일을 시작한 일이 많았다. 운영비가 없어서 창업가 중 한 사람은 직장을 다니면서 그 월급을 반씩 나누어 버티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 모습이 어딘가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양의 경우, 대학 이전에도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학비나 생활비를 스스로 버는 경우가 많다. 대학 등록금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다. 그러니 창업을 할 때 겪는 이러한 어려움들이, 창업이라는 경우에만 겪는 아주 특정한 고통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를 받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전략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용자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으면 투자자들과 인수하려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선택 사항도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자금 압박으로 창업가가 먼저 투자를 받으려고 노력을 하든, 투자나 인수에 대한 러브콜을 받게 되든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이는 투자뿐만 아니라 라이센스 계약, 파트너십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를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돈이 다 떨어져 갈 때 이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어 더욱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Tripadvisor의 공동창업자 스티븐 카우퍼가 중요한 조언을 해 주고 있다.

 

"우리처럼 파산할 위기에 있는 회사에 해 주고 싶은 말은 그 제안이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 계속 싸우라는 것이다. 빨리 승낙하지도 말고 빨리 거절하지도 말고 다른 선택권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그 제안이 진짜 나쁘다면 거절하고 자신의 계획대로 하면 된다"

 

그리고 투자를 받을 때 경영권과 역할에 대해 서로 합의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이다. 이에 대해 Iris associtates, groove networks의 창업자, 레이 오지는 "자신이 잘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자들과 자산을 공유하는 일에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그들을 존중해야 하고 스스로의 성공과 실패를 회사와 연관 지어서도 안 된다"고 조언한다.

 

투자를 받고 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중요한 것은 절약하는 것이다. 이들 모두 투자 받는 것, 돈을 쓰는 것 모두에 신중했다. 다시 말해, 최대한 돈을 아껴 쓰려고 노력했고 최대한 필요한 만큼의 투자만 받고자 했다.

 

 

창업가를 위해 해 줄 조언은 무엇인가

 

창업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창업가들이 어려움을 뚫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 에너지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나는 이것을 Hot or not의 공동 창업자 제임스 홍의 말에서 실마리를 보았다.

 

"휴렛패커드의 첫 번째 제품이 무엇이었는지 아는가? 볼링장의 파울라인 감지기다. 다시 말해, 그들이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벤처창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얘기다. 그것이 바로 벤처창업가들의 공통점이다.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 창업가가 되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 Hot or not, 공동 창업자 제임스 홍-

 

그리고 Iris associtates, groove networks의 창업자, 레이 오지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면 좋겠다.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가? 무언가 좋은 것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는가? 처음의 아이디어에 집착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받아들이고 융통성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창업은 계속적인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는가? 좋은 팀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Yes라고 말했다면, 축하한다. 새로운 역사를 쓴 창업가로 만날 수 있기를, 진정으로 권투를 빈다.

 


세상을 바꾼 32개의 통찰 - 10점
제시카 리빙스턴 지음, 김익환 옮김/크리에디트(Creedit)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