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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단지 생존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 살아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책의 저자 번트 슈미트는 기업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싶어했던 것 같다. 여기 조금 가다듬고 저기 조금 개선시키고 그렇게 살아남는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사고와 행동으로 큰 변화를 이룰 것인가? 아인슈타인이 '현재의 생각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 것처럼 진정한 변화는 '현재와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언어로는 작은 생각이 아닌 큰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이 될 것이다.

 

남다르게 비범하게 크게 생각하자는 말을 많이 하지만, 과연 큰 생각과 작은 생각을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일까? 큰 생각인지, 작은 생각인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큰 생각이 살아 있는 회사와 작은 생각들이 만연한 회사는 어떻게 다를까? 큰 생각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큰 생각이 조직에서 어떻게 사장되지 않고 살아 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큰 생각이 한 번의 이벤트나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에서 지속적인 문화 혹은 방법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들에 대한 통찰력은 책 한 권, 몇 권의 독서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노베이션, 혁신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이 끈질긴 탐구와 실행은,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코 멈추어 질 수도 끝나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

 

 

큰 생각은 작은 생각과 어떻게 다른가?

 

저자는 작은 생각은 틀에 고정된 것, 큰 생각은 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큰 생각은 아예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경쟁의 본질이 바뀌기도 하고 소비자의 경험과 기호를 바꾸기도 하고 상품을 사고 이용하는 방법을 바꾸어 버리기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큰 생각이다. 이런 까닭에 작은 생각대로 움직이는 회사와 큰 생각에 초점을 맞추어 움직이는 회사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작은 생각 회사는 현상 유지, 단기 목표, 분석에 매달리고 기존의 방식으로 실행한다. 큰 생각회사는 지속적인 영향력, 새로운 방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실제로 이노베이션을 일으킨 기업들의 사례들을 읽어보면, 그들의 사고 방식뿐만 아니라 행동 방식 모두 '지금껏 이래왔거나 원래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무조건 따르지 않았다. 추구하는 목표를 정말 이루어낼 수 있는 적합하고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찾아내려고 했고, 그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기죽지 않고 시도하고 또 시도했으며, 필요하면 오랜 설득도 마다하지 않았다.

 

 

큰 생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큰 생각 조직이 되어야 한다

 

큰 생각, 작은 생각은 단순히 창의적인 아이디어, 대담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받아들여서는 요행이나 특정인의 능력에 좌우될 뿐이다. 이것이 하나의 문화 혹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려면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차원에서 접근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큰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리더십과 함께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조직 전체가 작은 생각이 아니라 큰 생각에 초점을 맞추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꿀벌과 게릴라>, <경영의 미래>의 저자인 게리 해멀 교수는 "기업의 경영 구조 자체가 혁신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반복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조직에서 혁신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게리 해멀 교수는 경영 구조 자체가 혁신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의 저자인 번트 슈미트의 주장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서 읽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큰 생각의 핵심은 "조직 내에서 대담한 생각과 의사결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래서 큰 생각을 발상하는 아이디어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큰 생각 아이디어를 사장시키지 않는 것, 지속적으로 큰 생각 아이디어가 환영 받고 자발적으로 소통되는 구조를 만드는 방법을 분명히 아는 것이다. 이 노하우를 찾아낸 구글, 3M, 고어 같은 기업처럼 말이다.

 

 

큰 생각 전략 6단계

 

저자는 큰 생각 전략을 6단계로, 전략 창출과 전략 실행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주장하고 있다. 전략 창출에서는 아이디어 발상, 아이디어 평가, 전략화에 대해서 말하고, 전략 실행에서는 조직에서 큰 생각을 가능하게 하고 공유하며 유지하기 위한 큰 생각 실행, 큰 생각 리더십, 큰 생각 유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 중에서 주의 깊게 읽었거나 꼭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되는 핵심 요소들을 짚어 보았다.

 

큰 생각 전략 창출의 3단계

 

1단계: 큰 생각 아이디어 찾기 – 큰 생각이 가능한 방식으로 하라.

 

저자는 아이디어 발상부터 작은 생각이 아니라 큰 생각이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예측 가능성이나 조사 결과에 연연해 하면 오히려 큰 생각이 가로막힌다. 왜냐하면 큰 생각은 '틀에서 벗어난' 어떤 것이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무엇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존의 사고 방식에 의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다섯 가지 방식의 아이디어 발상을 제안한다.

 

그 중 하나는 겉보기에 혹은 지금까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로 묶어 보는 것이다. 컨설턴트이기도 한 저자는 이러한 아이디어 발상 방식을 실제로 워크숍에서 실행해 보는데 흥미롭고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온다고 한다. 생뚱한 두 가지를 연결시켜 보는 이 아이디어 발상법은 이런 방식이다. 자신의 혹은 잘 알고 있는 브랜드를 한 쪽에 적고, 다른 쪽에 트렌드를 적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서로 엉뚱해 보이는 두 가지를 결합시켜서 제품, 이벤트 등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인 영성과 켈로그를 결합함으로써 '명상하는 기분으로 아침식사를 즐겨라'는 슬로건을 찾아낸 것처럼 말이다. 이제껏 시리얼은 긴급하고 어수선한 아침을 떠올리게 했지만, 건강과 영혼을 접목시킴으로써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시리얼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

 


2단계: 아이디어 평가하기 – 질문의 순서를 지켜라.

 

아이디어 평가에서는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질문 순서이다. 그 아이디어가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본 다음에, 실현 가능한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실현 가능성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작은 생각의 유혹에 쉽사리 지는 것은 실행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현상 유지에 대한 환상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중간쯤 하거나 좋은 것이, 진정으로 좋은 것을 성취하는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사람도, 꿈도, 인생도, 기업도 모두 예외가 없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조직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해야 하는 것도 분명히 고려해 봐야 한다. 이것은 핵심에 집중하라는 뜻이기도 하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거절할 때 진정으로 자신의 것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개인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지 못할 때 결정 내리기 어렵고 산만해지는 것처럼, 기업 또한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아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디어 평가에서 큰 생각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임원이나 위원회 등에 결정을 맡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생각이 숨쉴 수 있도록 관료주의와 해당 사업이나 해당 업무의 일반적인 생각에 젖어 있지 않은 적합한 사람들이 평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단계: 아이디어를 큰 생각 전략으로 만들기 – 어떤 전략에 어떤 요소가 중요한지 알라.

 

저자는 개인과 시스템, 회사와 사장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큰 생각 전략을 상반전략, 통합전략, 핵심전략, 초월 전략의 4가지 유형으로 분석했다.

 

핵심과 통합 전략은 기존의 역량을 활용하는데, 월마트로 대표되는 핵심 역량은 무엇보다도 조직 역량이 완벽해야 함을 주의해야 하고, 통합 전략은 사업 연결고리를 잘 활용해야 한다. 저자는 통합 전략의 예로,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인 자라(ZARA)를 예로 들고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사업 연결고리 통합의 1인자는 리앤펑(Li&Fung)이다. 리앤펑은 전 세계 40개국에 퍼져 있는 3만 개의 공급업자(공장)와 200만 명 이상의 공급업체 직원들을 움직여 코카콜라, 디즈니, 막스앤스펜서와 같은 세계 브랜드를 포함하여 관리하는 브랜드가 900개가 넘는다.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하는 상반 전력과 초월 전략 중, 폭스바겐의 미니전략과 같은 상반 전략은 새로운 고객 가치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빈민층에서 소액을 대출하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낸 그라민 은행과 같은 초월 전략은 시장 생태계가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큰 생각 전략 실행의 3단계

 

4단계: 큰 생각 실행하기 – 전략이 아니라 영감이 되어라.

 

실행에 있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아이디어, 혹은 전략, 혹은 벽에 걸어두는 어떤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직 내부의 무관심이나 반발, 저항을 극복하고 조직 전체의 핵심이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마음에 파고 들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열정을 주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의 마음에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큰 생각에 흥분하는 사람들이어야 이것도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실안주를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자는 사명을 크게 반기지도 쉽사리 호응하지도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단계: 큰 생각 리더십 – 스스로 질문해 보라.

 

저자의 큰 생각 리더십은 색다르지는 않다. 큰 생각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거나 진행하고 있다면 자기 스스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해 보는 포인트로 삼아 보면 좋을 것 같다.

하나는 배짱(guts)이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자기 자신, 직장, 명성을 걸고 추진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 정도라면 설득력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열정(passion)이다. 큰 생각을 접하면 열정에 불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질문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열정에 불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을 정도의 아이디어인가? 또, 자신이 지금 말하고 싶어 참을 수 없을 만큼 열정에 불타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끈기(perseverance)이다. 이는 "저항이 일고 실패가 눈앞에 어른거릴 때도 아이디어를 지킨다는 뜻이다." 배짱과 열정이 있어야 끈기도 가능하리라.

 


6단계: 큰 생각 유지하기 – 사일로를 경계하고 경계하라.

 

큰 생각 전략의 가장 핵심은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조직에서 가장 주의 깊게 유의해야 하는 것은 사일로이다. 사일로는 팀, 부서 이기주의이다. 협력과 원활한 의사소통, 공통의 목표의 추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사일로. 작은 혁신들은 사일로 조직에서도 가능할 지 모른다. 하지만 큰 생각이 살아 숨쉬는 조직에는 통합과 융합이 절대적이며 사일로는 그러한 조직에게 죄악과 다름 없이 생각되어야 한다.

 

하지만, 마음은 기본적으로 이기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사실 이것은 존재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노력할 수 있다. 리더 자신부터 사일로를 경계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많은 조직들에서 나는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사일로를 조장하거나 지지하는 상사와 임원들을 보아왔다. 사일로는 이기적이고 편협적인 마음을 성실히 경계하지 말고 맘대로 풀어 놓으면 누구에게나 어떤 조직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큰 생각 전략 또한 리더 자신부터 큰 생각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큰 생각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옆에 두고 그들이 큰 생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를 격려하는 큰 생각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작은 생각의 삶을 살 것인가, 큰 생각의 삶을 살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동기부여는 어렵고 인간이 어떤지도 인정하고 이해하자고. 그래서 요지부동인 조직,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실존주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더 낫다고.

 

즉, "인생은 의미를 발견할 때까지는 무의미한 투쟁이다"라는 메시지를 기억하는 것이다.

지루하고 의미 없는 반복의 삶을 살 것인가, 인생에서 의미를 발견할 것인가? 직장 생활에 삶의 의미를 부과할 것인가, 내 존재의 의미를 투영해서 발현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시스템에 복종하는 자 혹은 희생자로 만들 것인가? 작은 생각에 만족할 것인가, 큰 생각을 꿈꿀 것인가?

 

저자의 비유를 빌면, 스스로 시시포스로 머물 것인지, 거기에서 벗어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영원히 바위를 산으로 밀고 올라가는 시시포스가 기억나는가?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까뮈가 볼 때, 시시포스는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현대 조직에서의 무익한 사무실 작업)을 상징한다. 그는 이런 글을 남겼다. "오늘날의 직장인은 평생 똑 같은 일을 매일 되풀이한다. 이런 운명은 부조리 못지 않다." 사실, 작은 생각은 절망이다. 우리는 그것을 떨쳐버려야 한다. 반면, 큰 생각은 습관적 실존의 일상적 고통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인생과 일에 대한 우리 자신의 대담한 비전을 만들어내고, 시시포스에서 오디세우스로 변신함으로써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해야 한다." (책, 223쪽)

 


빅 씽크 전략 - 10점
번트 H. 슈미트 지음, 권영설 옮김/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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