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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 이노베이션>에 나오는 이노베이터들은 대부분 CEO가 아니다. 그들은 프로젝트 매니저이고 팀의 리더들이며 실무자들이다.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으며 늘 팀으로 이노베이터로서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들의 직급은 한 회사의 직원이거나 한 프로젝트의 매니저였으나 그들의 사고 방식과 태도는 한 기업의 경영자의 그것과 같았다. 그들은 CEO가 되기를 기다리지 않았고 기회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 '이노베이터'가 되었고 스스로 완전한 보상을 받았다. 그들은 창조한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와 성공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저자는 획기적인 히트 상품이나 대성공을 거둔 13 기업의 일본 사례를 보여주고 있고 각 장은 각 사례의 혁신 이야기와 배울 점으로 나뉘어져 있다. 어떻게 일을 해 내었는지 그 배경과 과정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하나하나가, 읽는 이의 영감과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뛰어난 사례들이었다.

 

저자는 그들의 사고와 행동의 특성을 15가지로 분석해 놓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자의 분석이 복잡하게 느껴졌다. 생생한 사례들을 틀에 넣는 작업, 즉 이론화에 너무 몰두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사례 자체를 다룬 혁신 이야기 장에 집중해서 읽었다.

본 리뷰에서 나는 저자의 15가지 분석을 '이노베이터들이 일하는 특별한 방법 4가지'로 재구성하여 요약했다. 이는 한 눈에 이해하고 활용하기 쉽도록 나의 언어와 틀로 단순화시킨 것이다.

 

 

이노베이터들이 일하는 특별한 방법 1: 하는 일의 고객 가치를 명확히 알다.

 

무엇보다도, 이노베이터들은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신념과 확신으로 불릴 만한 것이고, 이것은 긴 시간의 난제가 많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과연 천재라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지속적인 관심과 끈질긴 사고의 힘을 빌었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책 전반에 걸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모든 요소 하나하나 결코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또한 예외 사항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노베이터의 사례로 첫 장을 열고 있는 마쓰다의 히라이와 산토리의 오키나타는 성공 사례 이전에 처참한 실패를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히라이가 기능이 뛰어난 차를 만들면 무조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오키나카는 뛰어난 차를 만들면 무조건 고객들이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술은 기술일 뿐이라는 말처럼 두 사람은 쓴 패배를 맛보았다.

히라이는 자신의 아내로부터 "정말 이 차가 좋은 차라고 생각해요?"라는 질문을 받고 충격을 받고 자신이 기술자의 시각으로만 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키나타는 뛰어난 차라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생각일 뿐이며 제품에 대해 일방적인 고정관념에 고착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마쓰다의 소형 오픈 스포츠카, 로드스타 프로젝트를 이끈 히라이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차에 대한 분명하고 확고한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히라이는, 기수와 말이 같이 호흡을 맞춰 달리는 것처럼 차와 운전하는 사람이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말이 기수의 감정을 느끼듯이 차가 운전자의 기분을 감지한 듯이 달리는 것이다. 인마일체라는 개념에서 파생된 히라이의 '달리는 즐거움'은, 차의 가치를 출력이나 하이테크와 같은 기술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도전적인 컨셉이었다. 히라이는 이것이 도요타나 닛산이 아닌 미쓰다가 만들어야 하는 차라는 신념을 가졌다. 그래서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차의 생명인 소형과 경량화를 해치는 훌륭한 기능과 성능들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집중력을 내내 발휘할 수 있었다.

 

산토리의 녹차음료 이에몬 팀을 이끈 오키나타는 새로 맡은 프로젝트에서, 일본인에게 녹차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인에 대한 녹차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고 '일본 생활 문화의 맛이 담긴 녹차 음료'를 만들어야 함을 깨달았다.

 

 

이노베이터들이 일하는 특별한 방법 2: 현장 체험 & 공동 체험

 

이노베이터들이 선택한 가치는 자신들의 머릿속에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현장을 직접 보고 체험하고 판단했다. 그래서 기존의 상식, 소비자 연구 조사, 사람들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인상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기울던 포장마차 산업을 부활시킨 기타노 포장마차였다. 기존의 상식과 배치되는 결정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기존의 상식보다는 자신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판단한 것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감명 깊었다.

기타노 포장마차의 리더 사카모토는 미국, 대만, 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여러 곳을 직접 시찰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포장마차가 성황을 이루는 것에 놀랐다.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사카모토는 포장마차의 핵심을 알아차렸다. 공통적으로 3평 전후의 넓이이고 그 정도의 크기가 주인 혼자서도 서비스가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포장마차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그래서 그는 이 원칙을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로드스타 팀과 이에몬 팀의 이노베이션 과정이 놀랍도록 닮아 있는 것에 놀랐다. 저자가 이노베이터의 진정한 본질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이 두 사례를 첫 장에 배치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놀랍도록 닮아 있고 두드러진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그들이 '진정한 이노베이터 팀'으로 일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현장 체험은 공동 체험이었다.

 

로드스타 제 3세대 팀의 기지마는 팀이 함께 '컨셉 여행'을 했다. 이에몬 팀의 오키나카가 팀과 함께 한 처음의 일도 사무실을 뛰쳐나가 일본 차의 발상지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현장 체험을 중요하게 여겼고 무엇보다도 공동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팀 스스로 컨셉을 찾아내고 이해하고 자신감을 얻고 확신을 얻고 서로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연설이나 설득, 문서만으로는 해 낼 수 없는 일이고, 연대감과 헌신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기지마는 42개의 팀의 리더들을 데리고 초대 로드스타, 2세대 로드 스타 외에 혼다, 포르쉐, 피아트, BMW 등 경쟁사의 스포츠카까지 나누어 타고 '컨셉 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달리고 또 달렸고 밤에는 함께 모여 서로 술잔을 나누며 그 날 탔던 차의 어떤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꼈는지 이야기했다.

 

오키나카 팀은 일본차의 발상지로 여행을 떠나 관광하러 온 사람들처럼 차를 파는 가게에 들러 좌선하고 차 맛을 즐겼고 그 분위기를 음미했다. 밤에는 호텔에서 그 날 보고 느낀 점들을 서로 이야기했다. 오키나카는 "수많은 장애에 부딪혀도 동요하지 않았던 것은, 이런 농도 짙은 체험을 통해 동일한 목표 이미지를 줄곧 유지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지마 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기지마는 '컨셉 카탈로그'라는 멋진 것을 만들어냈다. 기자마는 '달리는 즐거움'을 6개의 키워드로 구체화하고 이 각 키워드를 엔지니어마다 담당 영역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문장으로 쓰게 했다. 그리고 각 엔지니어의 소속 부서와 이름, 일련 번호를 기입하여 만든 책자가 '컨셉 카탈로그'이다. '컨셉 카탈로그'는 '달라는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줄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 같이 그리고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컨셉 카탈로그'는 벽에 부딪히면 초심으로 돌아오게 하는 구심점이 되었다.

 

 

이노베이터들이 일하는 특별한 방법 3: 관계자들과 집단을 한 팀으로.

 

나는 이노베이터들이 개인에 그치지 않고 '팀'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팀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사람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노베이터 팀의 리더들은 회사 내부의 사람들, 협력업체, 자신의 사업을 함께 할 사업자들 모두를 '한 팀'으로 만들어 냈다. 혼자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팀'에게 신념과 에너지를 나누는 것은 근본적으로 아주 다른 일이다. 누군가가 '이노베이터'인지 아닌지를 '현실적으로' 결정짓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이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프의 헤르시오는 세계 최초의 물로 굽는 오븐이다. 헤르시오 팀의 이노우에는 회사 내에서 지원을 얻기 위해 몇 년을 끈기 있게 노력했다. 회사 내 고객들, 즉 각 팀들을 충분히 납득시켜야 했다. 헤르시오 팀의 이노우에 역시, 회사 고객을 팀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체험, 공동 체험' 방법을 적극 활용했다. 매월 열리는 사업부와의 회의에 실제로 요리를 하여 시식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반복되는 동안 사업부에서 '이런 조리가 가능할지 실험해 달라'거나 '이런 실험은 가능한지'를 물어오며 흥미를 나타냈고 헤르시오 기초개발팀은 개발 실적뿐만 아니라 사내 협력과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노우에의 말을 들어보면 '한 팀'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알 수 있다. "샤프에서 각 부문 모두 그토록 열성을 갖고 참여한 상품은 과거에 없었습니다. 모든 부서가 이 상품의 뛰어난 점에 공감해 주었기 때문이죠. 관련된 사람들이 공감한 상품은 시장에 내놓았을 때 사용자도 역시 공감해줍니다. 공감의 연쇄죠. 그것이 헤르시오 개발에서 제가 얻은 최대의 발견이었어요."

 

KDDI의 휴대폰 인포바는 기능 일변도였던 휴대폰 단말기에 최초로 디자인의 개념을 적용한 상품으로 업계를 뒤흔들었다. 고무타는 그 때까지 대립 구도나 다름 없어 상품에 대해 자주 타협하게 만들었던 디자이너와 설계자의 관계를 팀으로 묶었다. 고무타는 "설계자도 동지로 만들자. 서로 뜻을 모으고 부족한 점을 메우면서 아이디어를 나누는 관계를 구축하자" 생각하고 자주 설계부서에 드나 들었고 맥주를 사가기도 하면서 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단련하기 위해 가라테 도장에도 다녔다. 그리고 '한 팀'이 되었고 그들로부터 "어렵지만 반드시 실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고무타 씨와 함께 일하면 상당히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기타노 포장마차의 사카모토는 포장마차의 개인 사업자를 모으기 위해 1년의 시간을 철저하게 홍보하는 데 사용했다. 이것은 전략적 홍보 능력이나 때를 기다리는 능력인 동시에 사카모토가 포장마차촌을 하나의 팀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기타노 포장마차는 하나의 팀, 기업, 공동체처럼 운영된다. 기타노 포장마차는 전체의 균형과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전체를 매니저먼트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에서 입점하여 직원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동안, 다른 포장마차들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처럼 진실된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 기업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사례를 읽으면서 나는 포장마차 공동체라는 컨셉을 떠올렸는데 이는 기타노 포장마차를 탄생시킨 진짜 목적인 '지역 주민들간 의사소통과 지역 활성화'와 잘 맞아떨어진다.

 

이노베이션은 특별한 아이디어 하나, 특별한 인재 한 명을 뜻하지 않는다. 이노베이션은 '완전히 새로운 일' 이면서 동시에 '큰 일'이기 때문에 기업 곳곳에 이노베이션에 적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서는 제대로 공유되거나 실행되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의 "기업에서의 이노베이션은 기술 혁신에 그치지 않고 생산방식, 영업방식, 조직이나 제도의 개혁 등 모든 분야에 관련된다."는 말에 적극 공감하였고 사례를 읽으면서 과연 분명한 증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노베이터들이 일하는 특별한 방법 4: 자신의 삶의 가치가 이노베이션의 토대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었을까? 하물며그들이 처음부터 이노베이터였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토록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까지 검증조차 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에 대해 그토록 확신을 가지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혼신의 힘을 다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주인공들은 더욱이 대부분 CEO가 아닌 중간관리자나 실무자로서 사업부나 임원진을 설득하고 그들과 충돌하는 어려움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들을 그렇게 까지 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일까?

 

이노베이션은 이를 테면, 기존에 당연시 여겼던 것이나 믿었던 것에 대해 '왜'라고 질문하고 사고를 뒤집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과 갈등, 초조함은 당연히 따라붙는 부록이다. 게다가 이노베이션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시장이나 고객에는 관심 없이 오직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는 아집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렇게 열린 시각을 가지면서 자신이 믿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것,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능력, 기술'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한참 부족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마지막 사례에서 이런 글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환경에 변화를 주고 그 구조를 바꾸어 가려고 하면 당연히 큰 어려움이 따르지만,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면 위기를 만나더라도 도망치지 않고 어려움을 감당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의 자세를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 순응하면서 지금 갖고 있는 정보를 방관자적으로 처리할 뿐이며, 그렇게 하는 쪽이 편히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실존의 방치나 다름없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자기 자신에게 질문해보고 고뇌하는 가운데 삶의 자세를 확립한다. 자신의 삶의 자세를 확립하고 있지 않는 한, 사물을 주관적으로 생각한다든가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환경을 바꿀 정도의 이노베이션은 일으킬 수 없다. 이노베이터로서 진정한 리더가 될 인재와 그렇지 않은 인재의 차이는 최종적으로는 거기에 있다."

 

저자는 책 내내 이노베이션 전략이라고 불릴 만한 내용들로 실제에 도움이 될 만한 진지한 분석을 해 왔는데, 그가 마지막 사례에서 배울 점이라고 말한 것은 '옳은 것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 였다. 엉뚱한 전개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의 결론은 가장 근본적인 원칙으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기업은 창업자와 경영자의 인생과 삶의 자세를 반영하고 이노베이션 또한 이노베이터 자신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이라고 믿는 것을 자신이 하는 '일에 투영하고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놀랍도록 실천적이고 끈질겼던 13명의 이노베이터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표지판이 되어 주고 있다.

 


씽크 이노베이션 - 10점
노나카 이쿠지로 외 지음, 남상진 옮김/북스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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