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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동양적으로 잘 정리했다는 생각을 했다. 책 제목만 들어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위클리 비즈'의 편집장으로 여러 경영자들과 경영 사상가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혼(), 창(), 통()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찾아냈다고 한다. 혼 창 통 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여러 경영 연구와 사례를 접하는 것은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고 '위클리 비즈'에서 인터뷰한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혼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며

'내가 여기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이고

'개인을 뛰어 넘는 대의'이다"

 

켄 블랜차드의 사우스웨스트에서의 경험 사례는 혼이 제대로 공유되면 조직이 어떤 모습을 띨 수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했다. 켄 블랜차드가 공항에서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깨닫고 생각 끝에 공항에서 자신의 책을 구입해서 자신이 이 저자임을 증명하면서 유통성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신이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일이고, 규정 상 할 수 없는 일이니,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라'는 답변을 했다.


그런데 사우스웨스트는 전혀 다른 대응을 했다. 책을 통해 동일인임을 확인하고 나서 순조롭게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일련의 조치를 즉각적으로 해 주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사우스웨스트는 모든 직원이 자율적인 판단 권한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매뉴얼에 따라 직원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 것이다. 고객을 돕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고 이것은 매뉴얼의 힘을 빌어서가 아니라 임직원들의 머리와 마음 속에 현실로서, 다시 말해 가치 판단과 의사 결정의 근거로 자리잡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혼에 대해 읽으면서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책 <허드>였다. <허드>는 기업이 자기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고, 기업이 고객이나 직원을 쫓아 다니지 않고 고객과 직원이 기업을 찾도록 하는 것이 '신념'이라고 말한다. 뭔가 기술적이고 완전히 새로운 해답을 기대했다면 맥이 빠질 수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본질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 신념 같은 것들은 뺏길 수 없고 벤치마킹 할 수도 없다. 어설픈 흉내를 내다가는 오히려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진정 자신이 믿지 않고서는 말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믿는다는 것은 직원과 비즈니스 전체에 피처럼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가능한 것인지, 이상이 아닌지 의문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성공을 거둔 많은 영적 기업들이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이 책에서도 사례로 소개되고 있는 W.L 고어사, 리앤펑, 쌔스 인스티튜트는, 혼이 기업의 비즈니스와 직원(조직)에 깊숙이 반영되었을 때 얼마나 특별해 질 수 있으며, 그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그리고 직원으로부터 그 마땅한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되는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무척 특별해서 별도로 그 사례를 올릴 예정이다.)

 

이러한 보다 많은 기업들을 알고 싶다면, <포춘>지 수석기자인 마르크 건서가 쓴 <위대한 기업을 넘어 영적 기업으로>라는 책에, 개인과 기업 자신만의 이익을 뛰어 넘은 신념과 가치를 비즈니스와 조직(직원) 깊숙이 뿌리 내림으로써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 기업들이 소개되어 있다. 나는 <위대한 기업을 넘어 영적 기업으로>에 나오는 사례들 또한 감명 깊게 읽었는데 이들 기업들은 <혼창통> 저자가 이야기하는 혼의 정신을 남김 없이 발휘하고 있다.

 

 

"창은 '혼을 노력과 근성으로 치환하는 과정'이며

'매일 새로워지는 일'이고

'익숙한 것과의 싸움'이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고 창의성에 가장 목마른 사람들은 아마도 예술가들일 것이다. 한때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40권 정도 연달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내가 감명 받은 것은 창의성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번뜩이는 천재적이고 특별한 순간에 대한 기다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글을 잘 쓰는 최고의 방법은 매일 써 내려 가는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책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 저자이며 세계적 무용가인 트와일라 타프는 "창조성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노력을 습관화하는 데서 싹튼다"고 말한다. 나는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을 읽으면서 창의성과 천재에 대한 허상과 미련을 버릴 수 있었다. 천재란 매일 하는 일을 의미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었다. 매일 하지 않는 사람은 번뜩이는 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방황하겠지만 진정한 천재는 매일 글을 쓰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는 일련의 일 속에서 자신의 재능의 최고치를 발휘하는 것이다. 사진 작가 척 클로스가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모두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작업 그 자체에서 나온다"고 말한 것처럼.

 

창이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게 적용될 때는 우리는 직원들 개개인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대해서도 중요한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바로 조직 구조 자체가 혁신과 창의성을 지원하는지, 아닌지를 솔직하고 분명하게 물어봐야 한다. 조 직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창을 꺾는 일은 아주 쉽다. 늘 그렇듯이 창을 키우는 것은 어렵지만 죽게 하는 방법은 쉽고 효과도 빠르다.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일에 모든 시간을 빼앗기게 하고, 특별하고 새롭고 모험적인 일을 할 때마다 괴로운 경험을 하게 하며, 도전에 대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창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현재에 대한 만족이다. 그리고 창의성을 말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사람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너무 큰 변화는 싫어한다는 것이다. 조직 또한 이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성공을 이루게 한 요인이 미래에는 실패의 원인이 될 거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모른다는 마음을 잊지 않을 때에, 늘 창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은 '큰 뜻을 공유하는 일'이고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이고

'마음을 열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일'이다."

 

통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뜻하는 것이라는 작은 의미의 해석들이 지금까지 많이 있어왔다. 요즘은 통에 대해 보다 본질적인 깨우침을 얻게 된 것 같다. 말하는 내용이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행동과 실제에 반영되어야 한다. 소통에서 실제에 적용되지 않는 것은 기만임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진정한 소통은 진실이 되었을 때에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냉소주의를 부르는 또 하나의 기술, 도구, 방법이 더 늘어난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GE 회장으로 있을 때 알프레드 슬로언 2세는 이견이 없고 모든 사람이 동의할 때 의사결정의 위험을 간파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한다. 호리바 제작소 최고고문, 호리바 마사오는 자신과 같이 일하는 사람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혼다 전 사장인 가와시마 가요시는 경영자가 말한 사항들이 6할 이상 지지를 얻으면 한 사람 경영의 폐해가 나타나는 위험신호라고 하면서 자신이 퇴임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경영 컨설턴트인 제이슨 제닝스는 "지난 20년간 조사한 수백 명의 관리자 중 70%는 보스의 일이 실패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피드백이나 충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조직 전체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리더에 의해 한 방향으로 흐르는 의사소통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계속된 경고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나는 여러 회사들을 경험하면서 리더 특히 CEO의 조직에서의 소통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때마다 내게 화두가 된 것은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의 일치이다. 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다. 리더가 '나는 당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자율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조직 문화나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대화들에는 '나는 당신을 통제하고 싶다, 내가 당신보다 우월하다'는 메시지가 강하다. 이럴 경우 직원들은 당연히 조직 문화와 직원들 간의 대화에서 파생되는 메시지가 진실이라고 받아들인다. 결국은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 무엇보다도 말과 행동의 일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불일치가 일어난다면 리더 자신의 마음 안에 대립되는 것들이 갈등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말로 '나는 이런 것을 원한다'고 하지만, 마음 안에는 '대립되는 다른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을 본인이 또렷하게 자각하고 있지 못하거나 스스로 속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율적이고 권위적이지 않으며 리더의 의사결정에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CEO들을 불러 놓고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그런 조직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조직을 견뎌낼 수 있으며, 그런 조직에서 CEO 자신이 만족스럽고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답할 지 묻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늘 생각해 왔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계속 떠올렸다. 소통에 있어 경영자 자신이, 자신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계급을 넘어서는 것이 체질화된 조직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스스로 진실로 믿지 않는다면, 신념을 통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W.L 고어사, 리앤펑, 쌔스 인스티튜트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으면 그런 회사를 '진정으로' 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비즈니스와 조직(직원), 고객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 일관되게 꿰뚫는 소통을 하지 못할 것이다. 신념이 직원과 고객 모두가 진실로 믿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분 부분들에 적용되고 관통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념을 실천하는 기업과 신념을 실천하겠노라고 '주장'만 하는 기업의 차이점은 전적으로 그 기업이 하는 행동에 달려 있다. 정말로 두 기업의 차이점은 그들의 행동뿐이다." –마크 얼스, 저서 <허드>에서-

 

<혼창통>에 세계 최대 펌프 제조업체인 그런포스(Grundfos)의 칼스턴 비야그(Carsten Bjerg) 사장의 이런 말이 인용되어 있다.

 

"많은 경영자들은 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겠어요. '아뇨, 틀렸어요. 직원들이 바로 회사예요. 자산이 아니라 그들이 바로 회사라고요.'" (책, 287쪽)

 

나는 결론적으로, 스스로에게 그리고 많은 경영자들과 리더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정말?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습니까?" 라고.



혼.창.통 - 10점
이지훈 지음/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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