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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력 높은 조직의 인력 프로세스, 전략 프로세스, 운영 프로세스는 그렇지 않은 조직과 어떻게 다른가?

 

래리 보시디와 램 차란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실행력은 경영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달리 말해 '실행력 있는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 실행력 있는 프로세스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이 책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략기획서를 표방하고 있지 않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략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어떻게 하면 기업 전체가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저자가 실행력 높은 조직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제시하는 세 가지 축은 인재, 전략 그리고 운영 프로세스이다. 사실 이 세 가지 축은 깊이 연관되어 있고 따로 분리될 수 없기에 실제 실행할 때에는 분리해서 논의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세 가지 프로세스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며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인력, 전략, 운영 프로세스는 그 각각이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할 수 있는 매우 방대한 주제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은 '실행력 있는, 실행력 높은' 인력, 전략, 운영 계획인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본 리뷰 또한 '실행력 있는, 실행력 높은' 인력, 전략, 운영 프로세스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이다. (앞으로 래리 보시디와 램 차란은 래리와 램으로 부른다.)

 

 

실행력 높은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왜?

 

래리와 램이 주장하는 실행은 "전략의 토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즉 "조직에서 실행력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고서는 훌륭한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 래리와 램은 실행은 하나의 프로세스, 하나의 체계가 되어야 하며 동시에 기업 문화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할임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실행력을 높이려면 비즈니스와 인력, 환경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러한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리더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직에서 실행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리더라 할 수 있다."

 

래리와 램은 리더는 산꼭대기에 앉아 전략을 구상하고 비전을 심어주는 일을 하며 다른 여러 일들은 실무자들이 해야 하는 것으로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리더들이 실행은 리더가 아니라 실무자들에게 어울리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멋있는 것이고 관리자는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처럼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솔직이 나도 예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래리와 램의 위의 주장에 지금의 나는 깊이 공감하고 동의한다. 나 자신 다음과 같은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행은 실무자의 일이라 여겨지고 리더는 리더십 및 경영과 관련된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리더십과 경영은 자칫 추상적이며 감상적으로 이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리더십과 경영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해 보면, 리더십과 경영이 실행과 동일한 맥락에 있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리더 자신이 혹은 리더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추상적이고 감상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가진 리더를 상상하는 것에 과도한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면 말이다.

 

경영은 실행하는 것이다. 경영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실행하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정의 내리는 실행은 조직이 성과를 내는 것을 뜻한다. 경영이 매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성과를 내도록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여러 다양한 재능과 성향,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 아래 팀으로서 행동한다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리더에게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리더십은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이것 또한 실행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경영도 리더십도 모두 리더 자신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목적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전략 또한 간단하게 보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과 그 실행 방법에 대해 리더가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을 고려하여 전략을 구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실행이 기업 내에서 효과적으로 자리잡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또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것은 직원들의 일을 사사롭게 일일이 참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방관과 대치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옳다.

 

'부서 리더와 직원들이 자신들의 일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것', 이것이 '실행력과 관련된 리더의 적극적 참여'이다.

 

 

실행력 높은 조직에서의 리더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리더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 지에 대해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리더는 바로 '지식전달자 및 코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식 전달자로서의 역할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역할이 아니라 회의하고 논의하고 토론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통찰력 있는 질문들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역할이다. 래리와 램이 관계된 사람들이 모두 모여 활발하고 솔직하게 의사소통 하는 과정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즉 이 과정에서 리더가 지식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식 경영의 한 형태라 볼 수 있다.

 

리더의 코치로서의 역할은 늘 중요하게 대두되었지만 현실화되는 부분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 많다. 지금껏 내가 생각한 그 어려움의 첫째 요인은 리더 자신이 통찰력, 열린 마음, 그리고 자기성찰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가 중요한 이유는 첫째, 통찰력을 통해 직원들에게 각 상황에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열린 마음을 통해 리더가 자신의 생각을 먼저 말하거나 종용하기 전에 직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음으로써 문제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성찰 혹은 자기인식은 리더가 자기 자신의 감정적 이슈에 사로잡히지 않고 직원들과 솔직하고 객관적인 대화를 나누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동양적 시각에서 자기 성찰, 자기 인식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서양 경영학에서는 이를 감성지능이라는 명칭으로 주로 부르고 있다. 래리와 램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감성의지(emotional fortitude)라고 지칭한다.

 

자기성찰, 자기인식, 감성지능, 감성의지 무엇으로 부르든, 이것은 리더의 다음과 같은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테면 자신보다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어떤 문제가 있는 직원과 단호하게 이야기하거나 맞서는 것을 피한다. 혹은 리더가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승진시키거나 주변에 둠으로써 조직력을 약화시킨다. 자신의 취약점이나 실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직원을 희생양으로 삼기도 한다. 자신과 상반되는 의견에 대해 강한 대립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새로운 생각과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 문화를 조장한다.

 

래리와 램의 말처럼 "리더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조직의 행동과 같다. 리더의 행동은 기업 문화의 토대를 형성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야 할 점은 리더의 행동에는 대화하는 방식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즉 "조직 속에서 대화의 성격을 결정하는 주체도 리더이다." 기업 문화, 시스템이라는 단어는 커뮤니케이션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을 읽을 때도 이 점을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실행력을 확인하고 높이는 방법들의 사례들이 질문과 대답, 논의와 토론의 과정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에서 어떻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관찰하면, 기업 문화와 시스템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리더가 어떤 조직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충분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대화가 솔직한 것이 될지, 적절히 타협하며 비위를 맞추는 것이 될지 결정하는 것이 리더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 자신이 스스로가 조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직원들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 행동을 먼저 되돌아본다는 뜻이며, 그리고 나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낸다는 뜻이다.

 

 

실행력 높은 인력, 전략, 운영 프로세스는 그렇지 않은 프로세스와 어떻게 다른가?

 

실행력 높은 인력, 전략, 운영 프로세스는 그렇지 않은 프로세스와 각각 '잠재력, 창조적인 예행연습, 사회적 소프트웨어'라는 단어에서 핵심적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책에서도 읽을 수 있는 공통적인 이야기는 본 리뷰에서는 넘어가도록 하자.)

 

실행력 높은 인력 프로세스: 잠재력

 

먼저 인력 프로세스의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반적으로 사람에 대해서 말할 때는 실적에 대해서 논한다. 그래서 현재의 능력, 현재의 업무를 평가하는 데 치중하게 되고 보상 기준 또한 실적과 현재의 업무 능력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런데 실행력 높은 인력 프로세스는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의 능력과 업무를 평가할 때도 결과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목표를 달성했는지 그 과정'을 본다. 그 과정에는 '비즈니스 상황'도 포함되고 '다른 사람들과의 업무 조화와 다른 목표와의 충돌 여부'도 파악한다.

 

잠재력과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잠재력을 본다는 것은 향후 회사와 함께 할 인재를 발견하고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과정은 그러한 인재의 잠재적 능력을 알아보는 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과정은 미래를 희생으로 현재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기업 전체의 목표를 희생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올바르지 않은 목표 달성을 파악하기 위해 중요하다.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 사업 단위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혹은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기업 전체 혹은 팀의 목표를 희생시켜도 상관없다는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가 전달되게 된다. 실제로 기업 내에서 이러한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 보상 체계가 이러한 관점을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나 역시 종종 목격해왔다.

 

기업의 미래를 함께 할 수 있고 기업 전체의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는 비즈니스 리더를 발견하고 교육시키고 확보할 수 있는 인력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실행력 높은 인력 프로세스와 그렇지 않은 프로세스가 궁극적으로 다른 점이다.

 

 

실행력 높은 전략 프로세스: 창의적인 예행연습

 

실행력 높은 전략 프로세스는 창의적인 예행연습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든가,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 내리거나 하는 것은 전략에 대한 모든 책에서 논하는 부분이니 본 리뷰에서는 넘어가도록 하자.

 

래리와 램이 전략에 대해 차별되게 주장하는 것은 바로 창의적인 예행연습이라는 부분이다. 래리와 램은 현장 인력을 포함한 실무자들이 모여 전략평가회의를 진행하면서 이것이 창의적인 예행연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꺼운 전략 기획서를 형식적으로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이슈를 파악하고 의사를 교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실행력 높은 전략 프로세스와 그렇지 않은 전략 프로세스를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이다.

 

이러한 전략 평가 회의는 궁극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기에 중요한 것일까? 전략평가회의는 말 그대로 논의 과정 속에서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미리 생각할 수 있는 예행연습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의의가 있다. 또한 래리와 램의 말처럼 리더에게는 "내부 인력을 이해하고 교육시키는 좋은 기회이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집단적인 측면에서 직원들이 가진 전략적 사고 능력을 알 수 있다. 평가회의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참석자 개개인의 특성을 올바로 파악하고 향후 잠재력까지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조언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이를 통해 실행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실행력 높은 운영 프로세스: 사회적 소프트웨어

 

실행력 높은 운영 프로세스에는 사회적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운영 프로세스에서 래리와 램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모든 사업 단위의 리더와 현장 인력간의 집중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목표하는 것은 평가에 참여하는 리더와 직원들이 비즈니스의 핵심을 배우는 것이다. 즉 "기업을 전체로 바라보고, 전체에 기여하려면 각 부분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배운다. 또 환경이 변했을 때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재배치하는지도 배운다." 이러한 "기업 전반에 걸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부문의 리더들 사이에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리더는 자신이 맡은 부문으로 돌아와 부하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사회적 소프트웨어가 형성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실행력 높은 전략 프로세스와 운영 프로세스 모두 일련의 프로세스를 통해 리더와 직원들이 실제 행위를 하기 전에 미리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래리와 램의 말처럼 "조종사가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조정 연습을 하는 것처럼 실제에 가까운 훈련을 받는 셈이다."

 

 

 

이 책은 래리 보시디와 램 차란 각각의 체험과 사례, 주장들을 중간중간에 넣어 현장감을 주는 구성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하니웰의 CEO를 역임한 래리 보시디는 자신의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예시해 주고 있어 그 사례들을 잘 분석하고 참고하면 실제적으로 활용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정리하면 이 책은 조직 전체가 실행력 있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지를 찬찬히 점검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조직의 실행력에 있어 리더의 역할을 중요하게 다루고, 실행력을 프로세스와 문화의 형태로 구축할 것을 주장하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보상체계를 포함한 인력 프로세스 그리고 의사소통 방법을 포함한 전략 프로세스와 운영 프로세스가 실행력을 높이는 형태로 구축되어 있는지 자가진단하고 어떤 점이 수정 보완해야 하는 지 판단하는 의미 있는 근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실행에 집중하라 -
래리 보시디 외 지음, 김광수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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