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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VS 마케터라는 비교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읽는 내내 논쟁을 지켜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했던 이 책은 마케팅의 바이블이라 불릴 만한 <마케팅 불변의 법칙>, <마케팅 전쟁>, <포지셔닝>을 공저한 알 리스가 가장 최근 펴낸 책이다. 단순히 마케터의 관점을 주장하지 않고 경영적 사고와 마케팅적 사고를 비교하여 그들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경영적 사고 혹은 마케팅적 사고를 가진 누군가가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결정을 내려왔는지이해할 수 있게 한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경영적 사고를 해 왔는가? 아니면 마케팅적 사고를 해 왔는가? 그리고 무엇이 마케팅적 사고를 막아왔는가?"

 

 

경영자 VS 마케터, 그들이 싸우는 이유

 

이 책의 원제목은 <War In the Boardroom>이다. 회사 회의실에서 상품과 브랜드를 더 성장시키거나 회생시키거나 혹은 새로 런칭하기 위해 경영진을 비롯하여 경영 분야의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마케팅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전쟁이라고 하듯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이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들의 말하는 방식도, 시장과 브랜드, 상품을 바라보는 사고 방식도, 결과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전략과 전술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왜 회사에서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경영자로 대표하는 이들은 논리적,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좌뇌형이고 마케터로 대표하는 이들은 통합적, 직관적 사고를 하는 우뇌형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서문을 연다.

 

사실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기업에서 경영자가 내리는 의사결정 가운데 마케팅 의사결정은 핵심 사항이다. 그런데 마케팅 분야 사람들의 사고와 그토록 다른 것은 왜일까? 경영자들도 마케팅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왜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럼 경영자는 어떻게 올바른 마케팅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수많은 기업을 오랜 기간 동안 마케팅 상담과 컨설팅을 해 온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꼬집어 말한다. "창간 75주년을 기념해 <포춘>은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경영진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를 추천해 달라고 해서 필독서 75선을 발표했다. 필독서 75권 가운데 마케팅 책은 단 한 권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마케팅은 기업 경영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저자는 아무리 조언을 해 주어도 좌뇌적 사고로 의사결정하며 저자가 보기에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업들에 대해 많은 갑갑함과 분통할 정도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좌뇌형 경영 분야가 마치 머리가 모자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적나라하게 토로하고 있는데, 솔직히 그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두 사고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보니 그러한 것이다. (멍청할 리가 있나! 오죽하면 '똑똑한 그들이 왜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까?' 를 주제로 하는 경영 도서들도 여러 권 된다.)

 

마케팅 일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마케팅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좌뇌적 방식으로 일해 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사고를 점검해 보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반면에 많지는 않지만 마케팅적 사고가 뛰어난 경영자들도 있다. 유명한 대표적인 인물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다. 이 두 경영자를 떠올려보면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경영자와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경영자의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좌뇌형 경영 사고 사람들과 우뇌형 마케팅적 사고 사람들은 어떻게 다른가?

 

가장 기본적인 차이 3가지를 한 번 알아 맞춰 보겠는가?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다. 제품이 더 좋으면 더 잘 팔린다, 고객은 더 좋은 제품을 알아볼 것이다 라고. 하지만 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꼭 그렇지 만은 않다. 더 좋은 제품보다 더 강력한 것은 더 좋은 브랜드이다. 어떤 물건을 살 때 우리가 분석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상품을 조사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는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상품에 대해서 그렇게 구매해서는 머리도 몸도 시간도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제품이라면 스스로 제품에 대해서 독자적인 판단을 하기 보다 브랜드에 의지하게 된다. 우리의 경험상, 정말 아닌 제품과 서비스가 선두 기업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선두기업은 어떤 이유로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특히 선두 기업과 2위 기업간에 인식 차이가 클 때는 선두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한층 높아진다.

 

이에 대해서 저자의 말을 빌면 "경영 분야는 현실을 다루는 반면 마케팅 분야는 인식을 다룬다. 경영 분야는 제품에 집중한다. 마케팅 분야는 브랜드에 집중한다. 경영 분야는 상식에 의존한다. 마케팅 분야는 마케팅 센스에 의존한다."

 

저자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저자는 25가지 리스트 속에서 흥미로운 기업 사례에, 실제 기업에 대한 저자의 생생한 마케팅 조언까지 곁들여 마케팅 사고 방식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이 회사 경영자라면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 것인가?

 

 

자, 책을 펼쳐 읽기 전에 당신에게 2가지 질문을 던져보려고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생각해 보고 책을 읽는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겉핥기처럼 넘어가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매번 중요한 의사 결정 사항에 직면한다. 당신이라면 다음과 같은 사항의 경영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로 그 기업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 그 결정이 성공적이거나 혹은 성공적이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좌뇌형 경영 분야 사고를 했을 때와 우뇌형 마케팅적 사고를 했을 때 어떻게 다른 전략을 펼치는 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기업 원래 이름의 알파벳을 사용하지 않았고 회사 내용은 현실감을 위해 본인이 다소 각색했음을 밝혀둔다.)

 

첫 번째 질문 -Q회사 사례

 

Q회사는 운송 시장에서 제법 자리를 구축하고 잘 굴러가고 있는 선두 기업과 경쟁하게 되었다. 경쟁 초기에 Q회사는 선두 기업과 가격 경쟁을 하려고 애를 썼다. Q회사는 세 가지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 세 상품과 서비스 모두 선두 기업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하게 경쟁에 뛰어 들었다. 그런데 효과가 없었다. 이기기는커녕 그 3년 동안 Q회사는 2,9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이제 Q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계속 이러한 손실을 보며 가격 경쟁을 지속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전략을 펼쳐야 할까? 다른 전략을 펼친다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 것일까?

 

두 번째 질문 – K회사 사례

 

K회사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선두 기업이다. 소매업이라는 카테고리에서 K회사를 당할 자가 없어 왔다. 그런데 최근 극심한 경쟁과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경쟁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제는 인터넷 거대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K회사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잘 구축해왔지만 이제 변화와 혁신의 시기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K회사는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세를 구축해 왔지만 이제 고가의 새로운 사업 및 브랜드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런데 내부에서 논쟁이 치열하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기업이 이 책을 읽어야 할까?

 

간단하다. 검색해봐 대신에 구글드 해봐라는 이야기를 듣는 기업이나, 면도기를 살 때 고민 없이 당연히 선택되는 질레트와 같은 기업이 아니라면 읽기를 바란다. '선두 기업들과 해당 카테고리를 장악하는 기업들은 무슨 차이가 있는 지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이다.

 

기업이 어떤 의사결정적 상황에 있을 때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새 브랜드를 런칭하려고 생각하고 있거나, 뭔가 새로운 사업으로 확대하려고 생각하고 있거나, 수익률이 지지부진하여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면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무엇을 꼭 해야 하고 무엇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지 '마케팅 최고의 컨설턴트가 공짜 조언'을 해 주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은 마케터뿐만 아니라 마케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도, 우리가 이 책을 읽는 목적도 서로 논쟁하며 싸우기 보다, 서로 사고의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진짜 제대로 된 전략과 해결책을 내놓기를 원하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포지셔닝>의 아류작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처음에는 일어났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위대한 3권의 책들이 실망시키지 않았던 것처럼 이 책 또한 전혀 실망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포지셔닝>에 머물지 않고 한층 진보한 저자의 통찰력을 만날 수 있어 무척 반가웠다.

알 리스의 모든 책들이 모두 그러하듯 이 책 또한 알 리스의 스타일대로 이론이나 어려운 말로 치장되어 있지 않아 술술 읽힌다. 경영 책을 읽을 때는 누리기 쉽지 않은, 꽤나 즐겁고 고무적인 독서를 즐길 수 있다.

 

 

경영자 VS 마케터 -
알 리스 & 로라 리스 지음, 최기철.이장우 옮김/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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